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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살이-열다섯달차(22.11월)

인도의 뜨거운 교육열

by 소전 India

지난 11월 17일 수능이 끝났습니다. 수험생 여러분과 가족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저도 두 명의 수험생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대표적인 명언으로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고 합니다. 저와 같은 아빠들은 왜 무관심일까는 두 명의 수험생을 치르면서 조금 이해가 되었습니다. ‘뭣이 중한디~~’도 모르고 사사건건 반대만 늘어놓는 아빠들의 한심한 모습에 자녀교육에는 관심을 끄라는 말로 들립니다. 덕분에 저는 자녀교육의 애환과 고충은 덜었지만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도에 와보니 한국의 교육은 인도의 뜨거운 교육열에 비하면 취미 수준인 것 같습니다.

img.jpg 인도 델리 공과대학 IIT 전경(출처 : www.iitd.ac.in)

현지에서 인도사람들을 만나서 교육에 대하여 물어보면 열정이 이루 표현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식들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면 인도는 가족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거대한 모험이라고 합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시험을 통과를 하는 것이 나와 가족을 위한 입신양명의 기회이고 카스트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제 눈에 들어온 뜨거운 교육열의 현장은 바로 컨닝 페이퍼를 들고 학교 건물을 올라가서 학생들에게 전달해주는 부모님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18년 비하루주 하지푸르에서 치러진 10학년, 12학년 수학시험에서 답안지가 유출되어 수험생에게 커닝 쪽지를 전달한 학부모와 친인척, 교사 등이 부정행위로 체포된 사건이었습니다. 최소 500명의 학생이 부정행위로 수험장에서 퇴장을 당했다고 합니다. 경찰들도 이러한 행위를 심각한 행위로 보지 않고 경범죄로 풀어주었다고 합니다. 일부 몰지각한 선생님들이 답안지를 뇌물을 받고 SNS를 이용하여 전달하려다 발생하는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험 부정행위를 없애기 위하여 머리에 박스를 쓰거나 신문지로 가리고 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고, 아예 커다란 체육관 방청석에서 앉아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컨닝에 대한 관대한 처분과 만연한 부정부패와 과도한 교육열의 끝판왕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인도학생들의 시험보는 장면 (출처 : timesofindia.com)

사설교육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6학년, 중고등학교 각 3년, 대학교 4년과 대학원 제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비하여 인도는 초등교육 5년, 상급초등교육 3년, 중등교육은 2년입니다. 10학년을 마친 시점에서 전국시험에 합격하면 2년간의 상급 중등교육을 받습니다. 다시 2년의 교육을 받고 나면 우리나라의 수능과 비슷한 전국 공통 시험을 거쳐 대학진학이나 취업에 나서게 됩니다. 현재 8학년까지는 법에 따라 무상의무 교육입니다. 무상교육의 이면에는 사설교육이라는 거대한 검은 세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능점수는 대학지원 용도와 시험 종료후 여러 상품의 할인받은 증거로 사용되지만, 인도 수능점수는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는 말처럼 많은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정부가 인정해주는 공식문서로 신빙성이 있기 때문에 박사과정 지원할 때도 필요하고, 심지어는 회사 입사지원서에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수능과 더불어 인도에서 대표적인 시험이 바로 인도공과대학(IIT ; Indian Institude of Technology) 입시입니다. IIT는 1947년 초대 총리인 네루 주도하에 설립되었습니다. 1951년부터 벵갈루루, 뭄바이, 델리에 잇따라 설립되어 현재는 인도 전역에 23개의 캠퍼스가 있습니다. 23개의 대학에서 입학시험과 입학사정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합격자수는 전체 지원자의 1% 미만이라고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기보다 더 어렵지만, 합격만 하면 로또처럼 창창한 앞날이 기다린다고 합니다. 입학하게 되면 집안의 경사뿐만 아니라 지역의 축제로 인정되고 IIT학생들은 아이아이티언(IITIAN)이라는 애칭으로 구글, 애플, 페이스 북 등 세계적인 기업들에 취업이 된다고 합니다. 취업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면접권한이 부여되고 면접은 IIT에서 실시됩니다. 취업하게 되면 초봉은 한화로 약 2억원 정도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훌륭한 대학이 있다 보니 당연히 IIT 전용학원이 있겠지요? 인도는 넓은 나라답게 우리나라 대치동처럼 구역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학원으로 운영됩니다. 라자스탄에 있는 ‘코타’는 인구 70여만명의 중소도시인데 전국에서 온 약 16만 명의 유학생이 시험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학원 간판을 내건 100여개의 학원이 성업중이고 기상시간부터 수업시간, 복습, 스터디 등 철저한 계획에 의한 스파르타식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대략 1년 학원비와 유지비가 한국 돈으로 약 400여만원으로 1인당 연간 국민소득이 180만원에 비하면 큰 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분을 바꾸고 가족의 미래를 바꾸는 비책으로 꾸준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코티시에 위치한 학원들(출처 indiantimes)

또 하나의 교육열로 인도판 메가스터디인 바이주의 인기도 뜨겁습니다. 인도 기업인 ‘바이주 라빈드란’이 창업한 싱크앤드런(THINK AND RUN)이라는 회사입니다. 창업자는 ‘바이주 라빈드란’로 대학 졸업후 취미삼아 대학원 입시시험 준비를 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학 전문강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강사로 활동하면서 암기가 아닌 원리이행 중심의 강의 철학이 입소문을 타면서 스타강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경험을 살려 창업을 했고 대표적으로 ‘바이주’란 이름의 교육용 앱을 만들었습니다. 바이주는 작년 기준 유료회원 520만명, 프로그램 설치 7,400만회, 월평균 매출액이 6천만 달러(약700억원)를 벌고 있고, TIME지 선정 2021년 가장 영향력있는 100대 글로벌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었습니다.

바이즈 APP 시작 화면 (출처 : baizu.com)


인도의 가장 큰 특징인 다양성도 교육 분야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안학교처럼 시험과는 별도로 나무그늘이 교실이 되어 자연과 함께 공부하는 ‘산티니케탄’ 이라는 교육도시도 있습니다. 이 학교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위대한 시인인 ‘타고르’가 설립한 학교로 콜카타 서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나무 아래에서 수업을 하고 자연의 생명과 신비를 가르친다고 합니다. 시험을 보는 방법이 아닌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교육으로 이미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고, 인도 최초의 여성 총리인 인디라 간디가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석학, 예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타나낸다고 합니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 자락인 무수리(Mussoorie)로 해발 고도 2005m에 위치하고 있는 우드스탁도 150년 이상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뜨거운 교육열과 시험위주의 경쟁체제에서 당연히 부작용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부모들로부터 고문을 받는 경우도 있고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합니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도한 교육비 투자도 만만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인 전 세대의 업적을 후세대에게 전달하는데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가 쓴 호모 사피엔스에 현 인류인 사피엔스의 성장과 생존은 바로 교육에 있다고 합니다. 언어를 기반으로 인지혁명이 일어났고, 사회를 이루며 살면서 네트워크를 통한 교육시스템으로 가장 강력한 종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교육이 훌륭한 인격을 바탕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이 중요한 목적인데, 좋은 밥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상황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도나 우리나라처럼 뜨거운 교육열을 가진 나라가 교육에 무관심한 나라보다는 더 좋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발전의 원천이 바로 자기 삶보다 더 나은 삶을 간곡히 원하는 우리 부모님들의 열망도 한 몫을 했으니까요. 인도의 교육열이 신분제를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최근 한국 드라마 슈룹(영문명 : Under the Queen’s Umbrella)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섯 명의 왕자를 키우는 중전역할을 하는 김혜수 배우의 연기와 궁궐속의 다양한 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볼만합니다. 세자 간택에 떨어져 실망하고 있는 후궁에게 이렇게 조언을 해주더군요. ‘부모는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간 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교육의 세계도 복잡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는 늘 걱정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수험생과 부모님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수능은 끝났지만 입시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모든 수험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꼭 합격하기를 멀리 인도에서 기원합니다. 끝


2022.11.8.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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