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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살이-서른다섯 달 차(24.7월)

故 이지민 국세관을 보내며

by 소전 India

故 이지민 국세관을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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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지민 국세관 영정 모습(24.7.19, 대사관 추도행사장)

지민 국세관님,

저기 저 하늘에서 잘 지내고 계신가요?

지민 국세관이 떠난 지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픔 속에서도

시간은 잔인하게도 쉼 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추모 공간을 만들어 함께하고,

추도 행사를 준비하면서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지난 월요일, 영정사진을 들고 대사관을 한 바퀴 돌아보는

소천길 행사가 있었습니다.

들리는 장소마다 왜 그리 많은 추억들이 생각나는지...

매주 월요일, 옆자리에서 함께 필담을 나눴던 회의실.

'나뚜 나뚜' 동영상을 연습했던 관저 옆 공터.

늘 마주치며 인사를 나눴던 복도와 별관.

잠시 한눈을 팔면, 카톡이 올 것 같고,

갑자기 문을 열고 차를 마시자며 들어올 것만 같습니다.

인도에서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납니다.

새로 오셔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던 날,

생일이라고 해서 급히 축하 케익과 꽃다발을 준비해

생일 축하 노래와 즉석 인터뷰를 했습니다.

환한 미소로 인도에서 잘 지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대로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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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첫 생일 축하(21.11.23)

지민 국세관의 진면목을 본 것은

기업과 교민을 위한 간담회 장소에서였습니다.

뭄바이, 첸나이, 벵갈루루, 하이데라바드, 오디샤 등

우리 교민과 기업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출장을 가서

어려운 점을 경청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인도 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의 주재원에게 막대한

세금을 부과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세미나를 개최하고, 인도 담당 기관을 찾아가고,

국세청장 회의를 통해 설명하는 등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지민 국세관의 노력 덕분에

지난 6월 말, 우리 기업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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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 진출 우리기업을 위한 기업지원 세미나(24.3.20, 첸나이)

지민 국세관의 또 다른 진면목은

바로 '나뚜 나뚜' 영상이었습니다.

인도 영화 RRR의 춤 장면을 대사관 직원들

버전으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작은 춤 영상 하나가 모디 총리의 트윗으로 시작되어

대한민국 대사관을 인도 전역에 알리는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습니다.

쉽게 보이는 춤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직원들을 참석을 권유하고, 조를 짜서 안무를 기획하고,

개인별, 조별로 강도 높은 연습을 했고,

전체가 함께 모여 춤추는 장면까지 찍어 이를 편집해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영상 초반부에 남자 듀엣의 한 명으로 참가해

멜빵도 하고 열심히 배웠습니다.

몸치를 개조해 영상에 나오게 해주고,

나중에 인도 세관직원으로부터 축하를 받게 해준

지민 국세관에게 감사드립니다.

img.png 나뚜나뚜 홍보영상 (23.2.24)

나뚜나뚜 홍보영상 (23.2.24)

아마 하늘에서도 지민 국세관의 출중한 능력과

누구 하나 미움을 사지 않던 인품,

알콩달콩 잘 지내던 수많은 사람들을 시샘해

그곳에서 쓰고자 일찍 데려가신 게 틀림없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대사관 동료로서,

같은 공무원으로, 연장자의 관점에서 본

지민 국세관으로부터 배운 것들입니다.


앞으로 내가 지켜야 할 가치들입니다.

우선, 밝고 긍정적으로 살기입니다.

지민 국세관은 항상 웃음을 띠었고 밝았으며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긍정의 에너지로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움을 극복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미래를 유보하지 않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지민 국세관님은 미국의 모든 주를 방문했고,

북유럽부터 브라질까지 많은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실제 여행은 많은 노력, 돈, 시간 모두 필요한 일입니다.

미래에 맡기지 않고

오늘을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일에 보람과

즐거움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리고,

그 정의에 부합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지민 국세관을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가슴 아프지만,

그분의 밝은 웃음과 열정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이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삼행시를 바칩니다.

이: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지만

지: 지혜와 열정을 품고 살았던 이지민 국세관님.

민: 민들레 꽃처럼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기를...

故 이지민 국세관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4. 7. 31.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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