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 이해하기 (1편)
힌두교 이해하기(1편)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도에서 3년을 보낸 지금, 저는 풍월은 커녕 단순한 노래 한 소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모호함 속에 있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이곳은 마치 끝없이 꼬인 실타래 같습니다. 되는 것도 없고, 되지 않는 것도 없고, 문제가 풀릴 법하면 또 다른 매듭이 생겨나고, 그 복잡한 미로 속에서 길을 잃는 기분입니다. 질서가 있는 듯하면서도 혼란스러운 도로 위의 교통, 공식적인 규칙이 있지만 그 규칙이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되는 사회적 규범, 겉으론 화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발짝 들어가면 드러나는 깊은 종교적 갈등과 대립. 모든 것이 상식적인 듯하면서도 그 상식은 무너집니다. 독재처럼 보이지만 선거와 다수결의 원칙이 존재하고, 종교 간의 치열한 싸움 속에서도 각자의 신앙은 자유롭습니다. 폐쇄적인 신분제와 가난이 뿌리깊게 자리 잡았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희망을 안고 살아갑니다. 3년을 살아보니, 인도는 이해하려는 대상이 아니라, 그저 옆에서 관조하고 받아들이며 사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인도라는 광활한 나라는 층층미로 같지만, 그 미로의 밑바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바로 힌두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힌두교가 이 사회와 문화의 근간임을 여러 차례 느꼈습니다. 그동안 힌두교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해보았고, 그 결과 열 가지 질문을 추려냈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10개의 답변도 정리해보았습니다. (저는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지식 관점에서 성경과 불경을 읽고 글을 씁니다. 따라서 종교적 관점이나 가치가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질문목록]
1. 힌두교는 종교인가? 생활양식인가?
2. 힌두교가 5천 년 이상 번성할 수 있는 이유는?
3. 힌두교에 신이 많은 이유와 누가 만들었는지?
4. 그리스 로마 신화도 많은 신들이 있는데 힌두교의 신들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5. 소를 숭배한 이유는?
6. 힌두교는 창조론인가 진화론인가?
7. 힌두교의 윤회설과 불교의 윤회설은 어떻게 다른가?
8. 힌두교의 성(性과) 관련된 관점은 무엇인가요?
9.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갈등의 이유는 무엇인가?
10. 힌두이즘이 인도를 어떻게 변화를 시키고 발전할 것인가?
힌두교 사원을 방문해 보면, 기독교의 목사님이나 불교의 스님과 같은 중앙집권적 지도자가 없습니다. 신도들의 종교적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공식적인 종교적 규율이 강요되지도 않습니다. 얼핏 보면, 종교적인 관점에서 실패한 종교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사원을 가지 않아도 집에 신을 모셔두고 틈틈히 기도를 하는 등 인도 사회에서 힌두교는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힌두교의 핵심 개념인 카르마(Karma)와 다르마(Dharma)는 개인의 삶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카르마는 개인이 쌓은 행동의 결과로, 현재의 삶과 미래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다르마는 개인이 사회에서 맡은 역할과 의무로, 각자의 위치에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카르마와 다르마에 따라 자신들의 삶을 이해하고, 매일 신을 선택해 숭배하며 복을 기원하고 소원을 빕니다. 또한, 인도 사회는 매월 열리는 힌두 축제들로 떠들썩합니다. 힌두교에서는 약 3억 3천만 개의 신들이 존재하며, 사람들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신을 선택해 경배합니다. 이러한 신앙은 특정한 종교적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삶 속에서 자유롭게 실천될 수 있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힌두교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서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숙명적인 카르마 속에서 살고, 죽으면 육신은 화장되며, 영혼은 영원한 윤회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통치자의 입장에서 보면, 힌두교는 현세의 사회적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제도로 보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좋은 신분은 전생에서 쌓은 덕의 결과이고, 나쁜 신분은 전생의 업으로 인한 것이므로, 사람들은 현세에서 덕을 쌓아 내세에 더 나은 신분으로 태어나길 바라며 살아갑니다. 힌두교는 인도의 약 80% 이상이 믿는 종교이기에, 인도 전체가 힌두교적인 문화와 가치관을 공유하며 '힌두스탄'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힌두교는 인도 사회에서 종교이자 생활양식으로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인도에서 힌두교는 우리나라 유교처럼 생활양식으로 오랜 동안 자리를 잡아왔습니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앞선 세대의 문화를 후대문화가 따라가고 하다가 정착이 된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 종교가 없다는 대답이 오해를 불러올수 있습니다. 그 답은 바로 나는 생활양식, 규범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라는 대답과 일맥상통합니다.
힌두교의 가장 큰 강점은 유연성과 포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힌두교는 다양한 신과 철학을 포용하며, 여러 지역과 문화에 따라 변형되고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신론(신의 존재를 믿는 관점)부터 무신론(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관점)까지도 힌두교 안에서 받아들여지며, 특정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사회와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해 왔습니다. 델리 시내를 걷다 보면 가끔 차 문을 두드리며 손뼉을 치는 여장 남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히즈라(Hijra)라 불리는 사람들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하거나, 양성적 또는 무성적 정체성을 가진 이들입니다. 힌두교 고대 신화에 뿌리를 두고, 현대에도 그들은 인도 사회에서 존재하고 살아갑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힌두교의 유연성과 포용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힌두교는 일상 속에 녹아든 종교입니다. 지도자가 없어도 개인과 사회의 일상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으며, 신자들은 일상에서 종교 의식을 자연스럽게 실천합니다. 집에서 작은 제단에 기도를 드리거나, 특정 축제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실천을 통해 종교적 유대감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힌두교는 제도적 관리 없이도 강력한 종교적 결속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불교가 인도에서 쇠퇴한 이유에 대한 주장 중 하나는, 불교가 일상과의 유대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불교가 중흥기에 많은 부를 축적한 승려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사람들에게서 멀어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승려들이 깊은 산속에서 이론을 연구하며 사람들과의 연결이 끊기고, 불교는 점차 '찾아가기 어려운 종교'가 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힌두교는 또한 사회적 유대와 공동체 강화를 유지하며 오랜 세월을 이어왔습니다. 디왈리(Diwali), 홀리(Holi)와 같은 대규모 축제는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가족, 친구, 지역사회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중요한 사회적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축제는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르마(Karma)와 다르마(Dharma)의 철학을 통해 개인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꾸준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이를 통한 자가 수련이 오랫동안 힌두교가 지속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강한 것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가는 것이 강한 것이다'라는 말은 힌두교를 통해 더욱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3억 3천명, 힌두교에 나오는 신들의 숫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6배가 넘는 신이 인도에 산다고 하는데 정말 많은 숫자입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꼭 정확한 신들의 숫자는 아니고 많다는 것을 표현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들을 조금 정리를 해보면 우선 가장 중요한 세 신이 있습니다. 힌두교의 중심에 있는 신들로 브라흐마(Brahma), 비슈누(Vishnu), 시바(Shiva)로, 이 세 신은 각각 창조, 유지, 파괴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슈누와 시바의 아바타 및 부인들로 비슈누는 10개의 아바타를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며, 그중 가장 유명한 아바타는 라마(정의와 덕)와 크리슈나(지혜와 사랑)입니다. 비슈누의 부인인 락슈미는 풍요와 번영의 여신입니다. 그녀는 부를 상징하며, 많은 가정에서 부를 기원하는 신앙의 대상입니다. 시바의 부인인 파르바티(Parvati, 가정과 어머니), 칼리(죽음과 시간)이 있습니다. 코끼리 형상을 한 식당이나 상점에서 늘 볼 수 있는 가네샤(Ganesha) 시바와 파르바티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여신들(Devi)이 있어 신들의 부인이기도 하지만 독립적인 존재로 숭배를 받고 있습니다. 힌두교 신들은 우열이나 능력을 비교하는 계층구조는 없지만 중요성에 따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다고 합니다.
힌두교를 대표하는 3신, 브라흐마, 비슈뉴, 시바 (출처 : spiritualculture.org)
이렇게 신들이 많은 이유로는 우선 다양한 역사와 삶의 측면을 신격화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대 인도 사람들은 자연현상이나 생명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시도로 자연을 숭배했습니다. 불, 물, 바람, 태양 등 모든 자연 요소에는 신적인 힘이 있다고 믿었으며, 이를 각각의 신으로 숭배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그니(Agni, 불의 신), 바유(Vayu, 바람의 신), 수리야(Surya, 태양의 신) 이들은 모두 자연현상과 인간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신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고 합니다. 반복되는 말이지만, 힌두교는 특정한 하나의 경전이나 창시자가 없으며, 다양한 시대와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융합되면서 발전해왔습니다. 이는 각 지역과 시대마다 고유한 신화와 신들이 등장하게 만든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면, 크리슈나, 라마와 같은 신들은 비슈누 신의 아바타로 등장하지만, 이들은 각기 다른 지역과 시대에서 중요하게 여겨진 영웅이나 지도자들이 신격화된 경우입니다. 이러한 융합적 성격 덕분에 힌두교는 새로운 신들을 계속해서 흡수하고 추가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약 3억 3천만 개의 신들이 존재하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힌두교의 신들은 고정된 하나의 형상이나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각각의 신은 그들의 속성에 따라 다양한 형상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시바(Shiva) 신은 파괴의 신이자 창조의 신으로 두 가지 상반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비슈누(Vishnu) 신은 여러 아바타(화신)를 통해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영화 아바타의 원작이 힌두교 신들속에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발상인가요?
힌두교에서 신들은 단일한 형태나 하나의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각각의 상황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취하에서 신성한 역할을 맡도록 확장되는 구조입니다. 이로 인하여 힌두교의 신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형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신의 수가 많아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 수많은 신은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요? 힌두교의 신들은 특정한 한 명의 창시자나 특정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발전하고 형성된 종교적, 문화적 유산이라고 합니다. 힌두교의 다양한 신들은 신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5월에 다녀온 그리스 아테네 여행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그리스 로마(그로) 신화에서 읽었던 신들의 동상을 실제로 본 것이 가장 좋았는데, 번개의 창을 든 제우스나 삼지창을 들고 있는 포세이돈의 동상은 그 웅장함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로 신화의 신들은 제 어린 시절 상상 속의 주인공들이었기에, 신들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그로 신들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힌두교 신들 역시 신들의 숫자도 많고, 그들의 이야기 또한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특히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가 활을 쏘면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 힌두교에도 카마데바(Kamadeva)라는 사랑의 신이 있습니다. 카마데바는 사랑과 욕망을 상징하며, 에로스와 마찬가지로 활과 화살을 듭니다. 다만 에로스의 화살이 금과 납으로 만들어졌지만, 카마데바의 화살은 꽃으로 만들어진 화살입니다. 이 화살에 맞으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신화 속에서 인간과 신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공통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랑은 그리스와 인도의 신화에서 모두 세상을 이어가는 중요한 감정이자 힘으로 여겨집니다.
그로 신화와 힌두교 신화의 가장 큰 공통점 중 하나는 다신교적 구조입니다. 두 신화 모두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며, 각 신들은 고유의 영역을 담당합니다. 그로 신화에서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을 포함한 12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 아래 다양한 신들이 존재합니다. 힌두교에서도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는데, 특히 3억 3천만 명에 달하는 신들의 존재는 힌두교의 방대함을 보여줍니다. 또한, 두 신화 모두 신들의 인간적 감정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는 여러 인간 여성들과 관계를 맺으며, 질투와 욕망을 느낍니다. 힌두교 신들 역시 인간적인 속성을 지니고, 때로는 사랑, 질투, 분노, 복수와 같은 감정을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힌두교의 크리슈나(Krishna)는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사랑과 전쟁에 개입하는 인물입니다. 이처럼 신과 인간의 관계가 두 신화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합니다. 두 신화 모두 신들이 인간 세계에 개입하는 것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은 인간에게 도움을 주거나 벌을 내리는 경우가 많으며, 힌두 신들도 마찬가지로 현현(아바타)의 형태로 인간 세계에 내려와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비슈누(Vishnu)는 인간 세계에 여러 번 아바타로 강림해 인간을 도와줍니다.
이러한 다신교 구조의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흥미롭습니다. 두 신화의 차이점 중 하나는 시간과 창조의 개념입니다. 그로 신화에서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신들의 기원과 세계 창조가 이뤄집니다. 제우스와 같은 신들은 세상을 창조하고 특정한 시점에서 신화적 사건들을 이끌어갑니다. 반면, 힌두교에서는 우주의 창조, 유지, 파괴가 순환적으로 반복됩니다. 브라흐마(Brahma)는 창조를, 비슈누(Vishnu)는 유지를, 시바(Shiva)는 파괴를 담당하며, 이는 영원히 반복되는 순환적인 우주관을 나타냅니다. 또한, 신들의 역할과 영적 구원에 대한 개념입니다. 그로 신화의 신들은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영적 구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들의 능력은 종종 제한적이며, 인간과의 관계는 주로 현세의 사건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반면, 힌두교 신들은 인간의 영적 성장과 구원에 깊이 관여합니다. 비슈누와 시바 같은 신들은 인간이 모크샤(Moksha), 즉 해탈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로, 이들의 역할은 단순한 신적 존재를 넘어서 영적 가이드로서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아울러 그로 신화에서는 신들 간의 싸움이 자주 등장하며, 이 과정에서 신들의 능력에 제한이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힌두교의 주요 신들은 초월적이며 무한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묘사됩니다. 예를 들어, 시바는 세상을 파괴하고 다시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파괴와 재창조의 신으로서 무한한 힘을 상징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로 신화는 주로 인간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추지만, 힌두교는 영적 구원과 윤회와 같은 더 심오한 철학적 개념을 다룹니다. 힌두교는 종교적 목적이 더 명확하며, 신들과 인간의 관계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영적 목표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 소를 보는 일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인도의 도로 위에서 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속도로에서 숫소 두 마리가 3차선 도로 한가운데서 뿔을 들이받으며 싸우는 것을 보고 지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힌두교에서 소를 왜 신성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습니다. 제 처남도 소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어린 시절, 소의 등을 타고 다니며 소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소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친밀한 존재였습니다. 실제로 역사적 문헌을 살펴보니, 불교가 등장하기 전에는 힌두교에서 제사(Puja)를 지낼 때 많은 소를 제물로 바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교의 아힘사(불살생) 원칙이 널리 퍼지면서 힌두교는 전략을 바꾸어 소를 신성한 동물로 승격시켰습니다. 만약 인도의 14억 인구가 고기를 먹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면 소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힌두교 경전에서는 소가 풍요와 생명을 상징하며, 크리슈나 신이 어렸을 때 소와 함께 지내며 소를 신성하게 여긴다는 신화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히 고푸자(Gopuja) 축제에서는 사람들이 소에게 기도를 드리고 먹이를 주며, 소를 통해 신의 은총을 받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소는 인도의 농업 사회에서 필수적인 존재입니다. 소는 밭을 경작하고 짐을 나르며, 농업 생산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소는 단순한 가축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신성시됩니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농촌 지역에서는 **고무타(Gomutra)**라고 불리는 소의 배설물을 쌓아놓은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고무타는 전통적으로 난방에 사용되며, 의약적으로도 활용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측면에서 소는 종교적, 실용적, 역사적 이유로 신성한 동물로 여긴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도시에서는 가끔 쓰레기통을 뒤지는 소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소에게 꽃을 걸어주며 경배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소의 눈은 순수 그 자체입니다. 그 잔잔한 아름다움이 인도 사람들이 왜 소를 신성시하는지 깨닫게 해줍니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2024.9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