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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살이-서른여덟 달 차(24.10월)

힌두교 이해하기(2)

by 소전 India

힌두교 이해하기 (2)

인도살이는 축제로 시작하고 계절의 변화도 축제로 알 수 있습니다. 3월 홀리 축제가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신호라면, 디왈리는 겨울을 맞이하는 빛의 축제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늦더위가 심해서 여전히 에어컨과 선풍기에 의지하며 남은 더위를 견디고 있지만, 디왈리의 등불은 곧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디왈리는 한국의 추석이나 구정처럼 인도에서 가장 큰 축제입니다. 어둠을 밝히고 선이 악을 물리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디왈리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새로운 시작과 부와 번영을 기원하는 시기입니다. 많은 인도 사람들은 이때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구입하기도 합니다. 락슈미 여신을 환영하기 위해 집안 곳곳에 등불을 밝히며, 그녀의 축복을 받기를 기원합니다. 가족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시간으로, 음식과 선물을 나누고 전통 의상을 입고 친척과 이웃을 방문하는 모습은 한국의 명절과도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디왈리는 겨울의 시작과 함께 스모그의 시작을 알리기도 합니다. 작년 디왈리에는 폭죽 연기로 인해 도시 전체가 하얗게 변해 AQI 지수가 1,000을 넘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허걱허걱 숨쉬기조차 어려운 축제의 뒷모습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보다 건강하고 깨끗한 디왈리를 맞이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나마스떼 지난 호에 기고한 힌두교 이해하기 1편을 보고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인도살이와 힌두교가 알면 알수록 더 어려운 이유는 한국 사람의 삶과는 시작부터 다르고 다양한 역사와 경험, 관습이 동떨어져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힌두교를 통해서 인도를 이해하는 좋은 방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지식 관점에서 성경과 불경을 읽고 글을 씁니다. 따라서 종교적 관점이나 가치가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 힌두교는 창조론인가 진화론인가?

7. 힌두교의 윤회설과 불교의 윤회설은 어떻게 다른가?

8. 힌두교의 성(性과) 관련된 관점은 무엇인가요?

9.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갈등의 이유는 무엇인가?

10. 힌두이즘이 인도를 어떻게 변화를 시키고 발전할 것인가?


6. 힌두교는 창조론인가, 진화론인가?

제가 지금까지 겪은 지식의 충격 중 하나는 빅뱅 이론입니다. 우리 우주가 거대한 폭발에서 시작해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은 참으로 놀라운 생각입니다. 그 이후로 창조론과 진화론이라는 두 가지 시각을 자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창조론자가 진화론자가 되고, 또 진화론자가 창조론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두 개념은 완전히 반대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늘 흥미롭습니다. 힌두교의 세계관을 통해 이러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게 됩니다. 힌두교는 창조와 파괴가 반복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힌두 신 중 브라흐마는 우주와 생명을 창조하는 신으로, 그는 리그베다 (Rig veda)에 등장하는 “황금의 자궁(Hiranyagarbha)”에서 우주를 만들어 냅니다. 이 자궁이 폭발해 세상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빅뱅이론과도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힌두교는 창조 이후의 변화와 발전도 인정합니다.

비슈누 신은 물고기, 거북이, 멧돼지 같은 다양한 형태로 세상에 등장하는데, 이는 생명의 진화 과정을 상징한다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힌두교의 ‘진화론’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진화에 그치지 않고, 의식과 영혼의 발전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힌두교는 창조론과 진화론을 반대되는 이론으로 여기기보다, 서로 보완하며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인도의 다양성과 연결됩니다. 인도는 여러 문화와 철학이 융합되어 온 나라입니다. 그만큼 힌두교에서도 다양한 신화와 철학이 공존하고 조화를 이룹니다. 창조와 진화의 공존을 인정하는 힌두교의 세계관은 인도 사람들의 포용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7. 힌두교의 윤회설과 불교의 윤회설은 어떻게 다른가?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힌두교 신자들이 윤회와 영혼의 영원함을 믿고 삶에 순응하는 모습입니다. 힌두교에서는 카르마와 다르마가 서로 얽혀 있어, 현재의 삶은 과거의 카르마로 결정되고, 현재의 다르마가 미래의 카르마를 좌우한다고 여깁니다. 이처럼 모든 삶이 반복되며 순환하는 것이 힌두교적 윤회의 기본 개념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마치 이상적인 사회 체제로 보이지만, 개인의 자유 의지가 제한되고 정해진 운명 안에서 살아간다는 느낌이 있어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힌두교의 윤회설을 나타내는 그림(출처 : wikipedia.org)

힌두교에서 윤회의 최종 목표는 해탈(모크샤)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해탈이란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 영혼인 아트만(Atman)이 우주의 근원인 브라만(Brahman)과 하나가 되는 상태를 뜻합니다. 물방울이 바다로 돌아가며 개별적 존재를 잃는 것처럼, 해탈은 자아가 소멸해 더 이상 개인적 존재로 남지 않고 우주와 하나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불교에서 윤회의 목표는 열반(니르바나)에 이르는 것으로, 모든 욕망과 고통에서 벗어나 윤회를 끝내는 상태입니다. 이는 더 이상 타지 않는 촛불처럼, 욕망과 집착이 소멸된 완전한 고요함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두 종교가 윤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중요한 차이는 자아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힌두교에서는 각 생명이 변하지 않는 고유한 자아, 즉 아트만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아트만은 삶을 거듭하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고, 해탈을 통해 브라만과 합일되기 전까지는 계속 윤회합니다. 이 과정은 마치 강물이 흐르면서도 본질을 유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반대로 불교는 고정된 자아가 없다는 무아(無我)의 개념을 강조합니다. 불교에서 윤회하는 것은 자아가 아닌 매 순간 변화하는 의식의 흐름입니다. 나무 씨앗이 자라면서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각 순간이 연결되지만 동일한 자아가 계속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두 종교는 윤회의 원인으로서 카르마(업)를 강조하지만,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힌두교에서는 현재의 행동이 미래의 삶을 결정한다고 보고, 선한 삶을 살면 다음 생에 더 높은 형태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습니다. 이에 반해 불교는 카르마가 다음 생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깨달음과 수행을 통해 카르마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난 사람이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 화의 영향을 줄이듯이, 불교는 현재의 수행이 과거의 업의 영향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결국 힌두교는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조화를 중시하는 반면, 불교는 개인의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 해방을 추구하며, 이로 인해 각기 다른 윤회설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8. 힌두교의 성(性)과 관련된 관점은 무엇인가요?

카마수트라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한국에서는 이 책이 성애와 관련된 지침서로만 알려져 있지만, 인도에서 실제로 확인한 바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물론, 성적 기법과 자세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카마수트라는 인간관계, 결혼 생활, 사회적 에티켓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목표를 다루는 철학적 문헌입니다. 카마수트라는 힌두교에서 삶의 네 가지 주요 목표(다르마, 아르타, 카마, 모크샤) 중 하나인 카마(쾌락)를 통해 성적 쾌락을 자연스럽고 신성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삶의 균형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이와 같은 접근은 탄트라 전통에서도 드러나는데, 탄트라는 성적 에너지를 영적 성장과 신성과 연결된 신성한 행위로 보며,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균형을 돕는다고 여긴다고 합니다.

img.jpg 카주라호 마하데브 사원 조각들(https://lakshmisharath.com)

최근 지인이 다녀온 카주라호(Khajuraho) 사원 또한 이러한 힌두교의 성 관점을 반영하는 예술로 가득하다고 합니다. 찬델라 왕조가 남긴 이 유적은 9세기에서 12세기까지의 건축물로, 힌두교와 자이나교의 신앙을 바탕으로 삶의 다양한 면모를 표현한 조각들이 있습니다. 탄트라적 시각에서 성적 에너지는 강력한 창조적 힘이자 우주와 조화를 이루는 통로로 여겨졌고, 이곳의 조각들은 성애가 우주의 조화와 신성함을 드러낸다는 철학적 사상을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조각들은 출산과 생명 창조를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도 합니다. 성이 자연스러운 감정의 일부로 존중받으며, 죄악으로 여겨지기보다는 생명의 원천으로 간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힌두교에서 성적 다양성의 또 다른 예로 히즈라(Hijra) 공동체가 있습니다. 히즈라는 남성과 여성을 넘어서 성적 정체성을 초월한 독특한 성 소수자 공동체로, 사회와 종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결혼식이나 출산 같은 중요한 의식에서 축복을 기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히즈라는, 전통적으로 힌두 신화에 나오는 성별을 초월한 신성한 존재들과 관련이 깊습니다. 법적으로도 제3의 성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고대 인도의 포용적 인식과 현대 사회의 현실 사이의 간극을 잘 보여줍니다.

img.jpg 인도 히즈라 공동체 ( www.touristsecrets.com)

힌두교적 성 가치관 덕분에 인도는 전통적으로 매춘과 같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몇 차례 이러한 문화가 도입되려 했으나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고 강력한 단속으로 실패하였다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음주와 매춘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손실이 큽니다. 이를 음성적으로 억제하려는 것 또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9.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갈등의 이유는 무엇인가?

인도에 살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 바로 동족상잔의 비극이 있다는 것입니다. 파키스탄과의 분단입니다. 최근 개봉된 파이터라는 영화를 보면 인도의 최대의 적은 파키스탄이고, 테러의 위험이 상존하기도 합니다. 명시적으로는 종교적인 갈등으로 두 나라로 분리되었다고 하지만, 실제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갈등은 역사적, 종교적, 정치적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갈등은 수백 년에 걸쳐 누적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를 포함하여 많은 지역에서 민감한 주제로 남아 있습니다.

img.jpg 힌두교와 이슬람 갈등(23.8월 하리아나 주, 출처 : www.dw.com)

우선 종교적 차이입니다. 힌두교는 다신교적 성향이 강하며, 삶의 여러 측면을 포괄하는 포용적 종교입니다. 반면, 이슬람교는 일신교로서 유일신 알라를 숭배하는 종교입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두 종교 간의 문화적, 종교적 관점이 갈등을 빚을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힌두 사원의 우상 숭배가 이슬람의 종교적 교리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종교적 긴장을 초래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세 인도에서 이슬람 제국이 등장하면서, 이슬람 통치자들은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고 이슬람을 전파하기 위해 힌두교 사원을 파괴하거나 무슬림 통치에 저항하는 힌두 지배자들을 억압했습니다. 또한, 영국 식민 통치가 인도를 지배하면서 종교 간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분열을 조장한 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단은 종교적 갈등의 정점을 찍는 사건이었습니다. 영국의 식민 통치가 끝나며, 힌두교가 다수인 인도와 무슬림이 다수인 파키스탄으로 국가가 나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강제 이주를 해야 했고, 수십만 명이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분단은 두 종교 간의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현재도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갈등은 종종 종교적 요소와 결부됩니다.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아요디야에 있는 바브리 마스지드는 16세기 무굴 황제 바부르에 의해 지어진 모스크로, 힌두교의 신인 라마의 탄생지로 여겨지는 장소 위에 세워졌다고 주장되며 갈등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1992년,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이 모스크를 무너뜨렸고, 이로 인해 인도 전역에서 종교적 폭력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23.8월 제가 살고 있는 인도 뉴델리의 하리아나 주 누(Nuh) 지역에서도 두 종교 간 충돌이 있었습니다. 힌두 민족주의 단체가 주최한 종교 행렬이 무슬림이 다수인 지역을 지나가면서 폭력 사태가 일어났고, 최소 4명이 사망하고 여러 사람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모스크가 불탔고,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인한 부상도 속출했습니다. 상황이 악화되자 당국은 통행 금지령을 내리고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습니다. 인도 만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정치 세력이 성장하면서, 종교 갈등이 정치적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힌두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정치 운동은 힌두교가 인도의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며, 무슬림 공동체와의 갈등을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도 종교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힌두교와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종교적 극단주의가 갈등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갈등은 단순히 신앙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억압, 식민지 정책, 경제적 경쟁, 정치적 민족주의와 같은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10. 힌두이즘이 인도를 어떻게 변화를 시키고 발전할 것인가?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인도는 그에 걸맞은 자부심과 함께 국수주의적 성향도 종종 드러납니다. 2023년 8월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3호가 달 남극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것은 국민들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로써 인도는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되었고, 인도인들은 이를 "인도 과학의 글로벌 도약"이라고 칭하며 대대적으로 축하했습니다. 또한 모디 총리는 인도를 비슈와구루(Vishwaguru, 세계의 스승)로 자리매김하려는 비전을 표명하며, 인도의 문화와 힌두이즘의 가치가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힌두이즘과 인도 문화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을 고양하고 있으며, 힌두이즘의 가치가 인도 사회와 정치, 경제에 더욱 깊이 반영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힌두이즘의 이러한 영향은 긍정적인 면에서 문화적 자부심과 국가 정체성을 고취하고, 경제와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모디 정부는 힌두이즘의 가치와 전통을 국가 정책에 반영해 국민들이 자국의 문화와 전통을 재발견하고 존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적 자부심을 고양하고, 카르마(업)와 다르마(의무)라는 개념을 통해 근면과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경제 성장의 윤리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힌두이즘의 공동체적 가치는 모디 정부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와 "아트마니르바르 바라트(Atmanirbhar Bharat, 자립 인도)"와 같은 자립 경제 정책과 결합되면서 인도가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존재하듯, 힌두이즘의 가치가 국가적 정체성으로 과도하게 강조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습니다. 힌두 민족주의가 강화되면서 종교적·민족적 소수자들이 소외되거나 억압될 위험이 있으며, 일부 소수 종교 집단은 차별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종교적 배타성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힌두 중심의 사회 구조를 강화하는 정책이 세속주의를 기반으로 한 인도 헌법의 가치와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도에 대한 이러한 기대와 현실은 인도를 비유하는 방식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1980~1990년대에는 "느리지만 안정적인 코끼리"로 불리며 안정적 성장의 상징이었고, 2000년대에는 "달리기 시작한 코끼리"로 비유되어 세계 경제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준비하는 국가로 기대되었습니다. 2020년대와 미래의 인도는 이제 "날아오르려는 코끼리"로 비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글로벌 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인도의 열망을 나타내며, 다양한 문화와 종교를 포용하면서도 한층 성장하는 코끼리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변화와 조화를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힌두교를 이해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두 가지가 남아 있습니다. 첫 번째는 더러움과 청결에 대한 개념입니다. 인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에 가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이 깨끗함입니다. 왜 인도는 대체로 이렇게 더러울까, 청소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힌두교에서는 특정 장소, 예를 들어 강이나 신전, 성지 등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합니다. 신성한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통해 정화 의식을 행하는 것처럼 신성함과 일반적인 청결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공공장소나 가정에서도 적용되어, 특정 장소의 청결 기준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인구가 많고 청소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이러한 청결 문제의 주요 원인이라 생각됩니다.


두 번째는 거짓말과 변명에 대한 부분입니다. 많은 인도 사람들이 잘못을 시인하기보다는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힌두교의 다르마는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며, 각자의 역할과 상황에 맞춰 융통성 있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융통성은 좋은 면이 있지만, 때로는 핑계나 회피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힌두교는 수많은 신과 가르침을 포용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진리보다 상황에 따라 적응하고 변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또한 인도는 관계 중심적 사회가 발달해 있어,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거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간접적인 표현이나 회피적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직설적 표현 대신 핑계를 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결과 중심적이고 직설적인 서구 문화와는 다른 행동 방식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를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4천 년을 이어온 힌두교 문화를 3년 남짓 살면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조금씩 더 알아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2024년 10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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