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도살이-마흔네달차(25.4월)

아프고 슬픈 테러의 나라 - 인도

by 소전 India

인도의 날씨가 서서히 더워지고 있습니다. 3월에는 30도, 4월에는 40도, 5월에는 50도에 육박하며, 마치 화염 속으로 달려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간간이 내리는 소나기로 더위가 잠시나마 누그러지기도 하지만, 인도의 뜨거움은 아직 가까이 다가서기 힘든 존재입니다. 더위도 숨이 막히게 하지만, 무엇보다 이 땅을 더욱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끝나지 않은 갈등의 그림자입니다. 지난 4월 22일 오후,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Jammu and Kashmir) 지역에서 끔찍한 테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명한 관광지인 파할감 인근 바이사란 초원에서 무장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2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곳은 우리 교민들도 많이 찾는 명소로, 울창한 소나무 숲과 초원이 어우러져 ‘미니스위스(Mini Switzerland)’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테러리스트들은 관광객들에게 이슬람 코란 구절을 외우게 했고, 외우지 못하는 사람은 바로 사살했다고 합니다. 배후로는 파키스탄에 본거지를 둔 테러 조직, 라슈카르-에-타이바(LeT) 또는 자이쉬-에-모하메드(JeM)가 관여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잠무-카슈미르는 분단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지금도 그 아픔과 고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1947년 인도 독립과 함께 종교적 이유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갈라지는 과정에서 분쟁의 중심에 놓였습니다. 힌두교 통치자였던 마하라자 하리 싱(Hari Singh)이 통치하던 무슬림 다수 지역이었으나, 파키스탄 부족민들의 침입으로 인도에 도움을 요청하며 인도에 편입되었고, 이후 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유엔의 중재로 현재의 실질 통제선(Line of Control, LoC)이 설정되었지만, 갈등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중국 세 나라의 영토 갈등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사실 인도에서 발생한 테러는 이번 한 번만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 중 하나가 바로 2008년 뭄바이 테러 사건입니다. 2008년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무장 괴한들이 뭄바이의 타지마할 호텔, 오베로이 호텔, 나리만 하우스(유대인 센터) 등 주요 시설을 공격하여 170여 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한 대형 참사를 일으켰습니다. 범인들은 모두 파키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라슈카르-에-타이바(LeT)' 소속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은 인도 사회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고, 인도와 파키스탄 간 긴장 관계를 극단적으로 고조시켰습니다. 뭄바이 출장 때 운좋게 영화 ‘호텔 뭄바이‘ 영화의 장소인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에 묶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희생자를 기리는 장소가 있고 호텔 곳곳에 남아있는 총탄의 흔적들이 남아있습니다.

타지팰리스 호텔(뭄바이).JPG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 전경(필자 촬영, 23.6월)
희생자 위로비.JPG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 로비에 있는 희생자 추모비(필자 촬영)

또한 2019년 2월, 카슈미르 지역 풀와마(Pulwama)에서도 대규모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자살폭탄 테러범이 인도 중앙예비경찰대(CRPF) 병력을 수송하던 차량 행렬을 공격하여 40명 이상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테러 역시 파키스탄 기반 무장단체 '자이쉬-에-무함마드(JeM)'가 배후로 지목되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인도는 공습을 감행하며 파키스탄과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격화되었고,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아직도 파할감 테러의 여파가 남아있습니다. 인도정부의 수사가 확대되고 있고, 파키스탄과의 군사적 갈등도 크게 고조되고 있습니다. 테러의 여파로 잠무·카슈미르 지역의 48개 리조트와 주요 관광지가 임시 폐쇄되었고 관광업계는 예약 취소와 방문객 급감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파키스탄 간의 갈등과 테러 문제를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관계를 떠올렸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950년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6·25 전쟁을 겪었고, 이후에도 수많은 군사적 충돌과 테러를 경험했습니다. 1968년 1·21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사건, 1983년 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 등등입니다. 저에게 각인된 가장 큰 사건은 바로 1987년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입니다.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던 필자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이처럼 한반도 역시 전쟁의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고 있으며, 남북 간 긴장은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한국과 북한 모두 분단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경험했고, 역사의 아픔과 후유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인도 사람들의 테러에 대한 태도가 어딘가 낯설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인도인들은 반복되는 테러 속에서도 삶을 멈추지 않고, 언제나 일상을 회복하려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그 모습은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온 우리들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우리나라, 인도 뿐만 아니라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는 테러를 보면서 분노를 느낍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종교, 국가, 정치가 무고한 생명을 해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특히 이번 잠무-카슈미르의 파할감 사건처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민간인과 관광객을 향한 공격은 너무나 비겁하고 비인간적인 행위입니다. 테러는 소리 없이 다가와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남은 이들에게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마음에 공포와 상처를 남깁니다. 총 한 발, 폭탄 하나로 깨진 일상은, 누군가의 부모를, 자식을, 친구를 영원히 빼앗아갑니다.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테러로 희생된 분들을 추모합니다.


2025년 4월에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_()_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도살이-서른여덟 달 차(24.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