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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맘화야 Dec 19. 2015

타올라라

불꽃은 그리 쉽게 꺼지지 않는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물보다 불이 무섭다.

이번에 시골에 갔다가 다시한번, 몸소 경험을 하고 왔다.

꺼진 불도 다시보자, 라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할머니가 다치셔서 모셔오기 위해 시골에 갔다.

고령이시기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실 수 있을지 없을지 기약할 수 없어 시골을 떠나기 전 할머니 집을 정리하며 각종 쓰레기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가장 추운 날씨에 일이 이렇게 되어 밖에서 한시간 이상을 태우고 또 태우고..

눈이 맵고 코가 맵지만 강한 바람에 추운건지 매운건지도 모른채 불앞에 쭈그리고 앉았더랬다.


쓰레기를 태우다 다른일을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태울거리들을 찾아 돌아와보니 이미 불씨가 꺼져있었다. 재들만이 남아 연기만 피우고 있기에 나는 라이터를 다시 가지러 가야하나 살짝 고민을 했다.

꼬챙이를 들고서는 재들을 휘적휘적 뒤적거리다가 작은 불씨가 보이길래 입김을 훅훅 몇번을 불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불이 확~ 붙어서는 탈것들을 넣었더니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꺼진 불도 다시보자.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모든것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난 불이라는게 다시한번 무서워졌다.

꺼져가고 있던 작은 불씨가 나의 입김 몇번으로 다시 타올랐다.

문득 꺼져가고 있는 나의 작은 불씨도 입김 몇번으로 다시 타오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어쩌면 그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고 늘 애써왔는지도 모르겠다.

숨어있던 나의 불씨를 찾아내어야 한다는 것.

사실 나의 불꽃 또한 그리 쉽게 꺼지지는 않는다는 것.

이젠 활활 타오르기 위해 입김을 불어넣을 차례라는 것.

알았으니 해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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