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히 왜 불쌍하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불쌍하단다.
어이가 없었다.
단 한 번도 내가 불쌍하다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네가 뭔데 내 상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다고 불쌍하다느니 마느니 그 딴 소리를 지껄이냐고
네 걱정이나 하라고 쏘아붙이고 싶었다.
입밖에도 꺼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내가 가진 게 없어서? 결혼을 못해서? 부모마저 반쪽밖에 없어서?
성품에 대한 의견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불쌍하다는 게 어이가 없다.
앞에서는 멋지네 어쩌네 하더니 뒤로는 불쌍하다고..
그래서 뭐? 나를 동정한다는 건가?
열심히 살고 있는 나에게 찬물을 끼얹는 말.
이런 내 모습이 그저 동정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의욕이 사그라든다.
신경 쓰지 말자 하면서도 계속 곱씹고 있었다. 바보같이.
근데 그러다 보니 문득 내가 남의 감정 가지고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지.
내 생각도 아니고 내 감정도 아닌데 말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든, 행복하다고 여기든, 뭘 어떻게 생각하든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지 나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일일 뿐인데.
나는 왜 열을 내고 화를 냈던 걸까.
무시하면 그만인 것을.
자존심 때문이겠지, 아마?
라면서 음.. 그렇지..라는 생각의 끝에는 결국
쓸데없는 일에 자존심 세우지 말자.
어쩌면 아니 아마도 아직 연습이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덤덤해지는 연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