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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맘화야 Aug 17. 2015

그대의 바람은 어디로 불고 있나요?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 다니엘 글라타우어

에미는 이기적이다.

그녀는 그녀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레오까지 갖고 싶어 했다.

그것이 이메일(e-mail)이라는 인터넷 속에 존재하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레오를 소유하려고 했던 그녀의 욕심이 나는 화가 났다.


잡지 정기구독을 취소하기 위해 보낸 에미의 이메일이 그녀의 실수로 레오의 메일로 발신이 되고 그렇게 그들의 인연이 시작된다.

'이메일'이라는 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현실세계에서 말하는 '밀당'을  주고받으며 '연애'와 '(친구와의) 교제'라는 애매한 선에 서서 엎치락 뒤치락.. (하지만 난 그것이 연애에 더 가깝다고 본다.)


결국 레오에게 '이메일'말고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아니 솔직히 해 줄 생각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에미는 끝까지 레오에게 이기적이었다. 레오를 사랑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를 위한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그냥, 무료한 일상의 심심풀이 땅콩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끝까지 그를 가지고 노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어도 레오는 그녀에게 진심처럼 보였지만 그런 그녀는 그의 진심을 손가락으로 쥐락펴락..

물론 에미가 겁을 먹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에미가  걱정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 그것 또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에미가 밉고 괘씸다.


그래서 마지막 메일이 너무나 통쾌했지만, 그로 인해 레오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의 바람은 늘 그녀를 향해 불고 있었지만, 그녀의 바람은 단 한번도 그에게 닿은 적 없었을 테니..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그것이 타당한 결말이긴 하나 내가 레오에 너무 몰입한 건지..

아니면 에미가 너무 얄미웠던 건지.. 지금도 난 에미가 싫다.


레오가 반드시, 꼭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면서...

그에게, 그가 느낄 수 있는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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