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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람 Jun 20. 2024

팔방미인(八方美人)

버드나무


 “고기 먹을 때마다 따라오는 개는?”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이쑤시개다. ‘요지(ようじ)’라고도 하는데 이는 양지(楊枝)의 일본어 발음이다. 여기서 양(楊)은 버들류(柳) 자와 마찬가지로 버드나무를 나타낸다. 이쑤시개의 원조가 버드나무 가지였던 셈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치아 건강에 효과를 알고 이를 활용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양지가 변천되어 양치질의 유래가 되었다.


  “도깨비불이다!”


 늦은 밤 버드나무가 있는 연못가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흐린 날 밤은 더욱 빛났다. 공포심을 일으켰던 빛의 정체는 무엇일까?

 오늘날의 전쟁은 첨단 무기가 동원되는데 그중 살상력이 높아 사용 금지된 폭탄이 있다. 인화성이 강한 백린탄(白燐彈)이다. 이 폭탄 속에 ‘인(燐)’이라는 물질이 산소와 만나면 강력한 열과 빛을 내어 참혹한 피해를 안긴다.

 버드나무 줄기에는 구멍이 잘 생기는데 그곳이 죽은 벌레가 쌓인 무덤이다. 그 사체의 뼈 성분 중 인이 산화되면서 생긴 빛이 밤에 도깨비불로 둔갑했다. 오래되어 훼손된 묘지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전래이야기도 근거 있는 이유가 있었다.


 “기다릴게요”


 버드나무의 수형(樹形)은 독특하다. 햇빛을 향해 가지를 위로 올리려는 다른 나무들과 달리 아래로 처진다. 물가에서 잘 자라며 잔뿌리가 많아 물의 정화 및 토양 침식을 방지했다. 또한 물길은 두 지역의 경계선이라 옛날 소설이나 드라마의 이별 장면에는 버드나무가 자주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나루터를 대표하는 나무로 자리 잡았다.

 곁을 떠나는 사람에게 가지를 꺾어주며 만남을 약속하거나 축 처진 가지를 바라보며 이별의 아픔을 느꼈다. 만남과 이별의 사연과 버들피리의 낭만이 서린 정서 깊은 나무였다.     


 “엄마 손은 약손이란다.”


 어머니는 손으로 배를 연신 쓸어주셨다. 어린 시절의 나는 배가 자주 아팠다. 손 마사지로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 다른 치료법이 있었다. 상비약이었던 소염진통제를 배에 발라주신 덕분에 시원함을 느껴 통증을 잊을 수 있었다. 물론 플라시보 효과였지만 약이 귀했던 시절에는 두통이 심할 때 이마에 바르기도 했다.

 소염진통제 뚜껑에는 친근한 버드나무가 그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약품 ‘아스피린’과 마찬가지로 핵심 성분을 버드나무껍질에서 추출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인연을 맺어온 이 약이 사람들에게는 만병통치약으로 기억되어 있다.           


 거목(巨木)임에도 아이가 까치발을 세워 가지를 잡을 수 있었던 유일한 나무가 버드나무다. 나뭇가지가 가늘고 바람에 잘 흔들리는 나약함이 있으나 유연함을 가지고 풍성하게 성장했다. 인간의 생활문화에서 팔방미인의 존재감을 뽐내는 나무이다.

 

 버드나무는 버드나무과() 낙엽 활엽 교목이다. 갯버들, 수양버들, 능수버들 등 유사 종이 많다. 생명력이 강해 꺾꽂이로 잘 번식하는 나무이다. 가지가 부들부들하다에서 유래하여 부들 버들 버드(ㄹ탈락)로 변천했다.

 봄철 개화기에 버들강아지라 불리는 꽃이 아름답지만, 이때 솜처럼 날리는 것이 아토피를 일으키는 꽃가루로 오해받고 있다. 사실은 씨앗인데 잘못 알려졌다. 씨앗이 솜털 속에 싸인 채로 바람에 날려 땅 위를 하얗게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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