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시절에 시비가 붙은 친구에게 던졌던 말이다. 도발의 의미로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렸다. ‘떫다’는 텁텁한 맛으로 혀가 오그라드는 강한 자극이다. 이 느낌이 통증을 일으키고 얼굴을 찡그리게 하여 못마땅한 표정을 짓게 했다. 열매 중에는 설익은 ‘감’인 땡감에서 강하게 느끼는 맛이다.
감나무는 균형 잡힌 수형(樹形)이 돋보이며 잎은 반질반질하여 윤이 난다. 익은 열매는 색깔이 워낙 고와 눈에 띄고 먹음직스럽다. 명태라는 생선이 처리 방식에 따라 생태, 코다리, 북어, 황태…. 등 다양하게 불리듯이 감도 삭힌 감, 홍시, 반시, 곶감…. 등 지역이나 먹는 형태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부지기수다.
감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집 주변에 심겨 있는 경우가 많아 사람과 친밀하다. 그런데 감나무를 기르는 과정에서 이해 안 되는 것이 있다. 감 씨를 심으면 종전 맛이 나는 감이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과 감나무 접붙이기(접목)이다.
봄에 나무가 움트기 시작하면 감나무 가지를 고욤나무의 쪼갠 줄기에 접목할 수 있다. 맛난 감을 만드는 작업으로 다른 과수보다 감나무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한편으론 신기하지만, 궁금증이 더해진다. 그냥 감 씨를 심어 묘목을 기르면 될 걸 굳이 접목은 왜 하며 하필 떫은맛이 강한 고욤나무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나무와 고욤나무는 같은 감나무과(科)로 분류상 가까운 관계이다. 그런데 야생의 고욤나무가 감나무보다 추위나 병충해 등 환경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 적응력이 높다는 의미로 좀 더 진화되었다.
그러므로 감 씨를 심으면 자라면서 기를 쓰고 진화에 힘쓴다. 인간의 바람과는 달리 고욤나무화(化)가 되는 것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속담대로 되지 않는다. 감 심은 데 고욤 열매가 달리는 희귀한 현상이 일어난다.
감 맛을 보존하기 위해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무성생식인 접목이었다. 더구나 감나무 접목은 비교적 표시 나지 않고 매끈하게 잘되는 편이다. ‘감나무 접목은 흔적이 남지 않는다’에서 ‘감접과 같다’로 변천하여 ‘감쪽같다’라는 말이 그렇게 생겨났다. 맛있는 감을 얻으려는 감쪽같은 인간의 의지가 있었다.
접목으로 얻은 감은 일종의 복제생물이다. 원래 감나무를 빼닮았기 때문이다. 비록 자연의 순리대로 감나무가 진화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았지만, 감 맛을 보전했다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
늦가을의 시골길을 걸었다. 마을 뒤편 산기슭에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가 보인다. 나무 꼭대기에 감 몇 개가 매달려 있다. 날짐승들이 먹을 수 있게 따지 않고 남겨둔 감으로 상생의 몫인 까치밥이다. 인간이 자연의 순리를 지키지 못할 때도 있지만 공존의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 중 하나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감나무는낙엽 활엽 교목으로 한자는 시(柿)이다. 감 달린 나무 모습이 좋고, 새를 불러들여 자연의 소리를 듣게 한 지혜 덕분에 예로부터 관상수의 역할을 했다. 고향의 향수를 일으키며 상상만 해도 마음의 안식을 전해준다.
접목 외에도 ‘맛있는 곶감 쪽을 남이 먹을세라 흔적 없이 처리했다’에서 ‘감쪽같다’의 다른 어원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