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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람 Nov 14. 2024

재미있게 더 재미나게

마음이 저기압일 때는 고기앞으로


 우리 동네 고기전문 식당 출입구에는 재미있는 글귀가 쓰여 있다. 마음이 저기압일 때는 고기앞으로이다. 흐린 날씨를 나타내는 저기압과 맑음의 대명사인 고기압을 활용하여 주인의 의도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고기압’을 ‘고기앞’으로 쓴 게 다소 거슬리지만, 유희적인 표현이라 시비 걸 이유는 없다.

 마음의 저기압이란 마음의 감기라고 일컫는 우울증상이다. 사람 몸속에는 행복호르몬 ‘세로토닌’이 분비되는데 이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고기류에 많다. 그래서 마음이 우울할 때 고기를 먹으면 ‘세로토닌’의 양이 늘어나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재미나는 메시지가 담긴 말이다.     


 주변 술집에 쓰여 있는 글귀는 좀 더 적극적이면서 자극적이다. 즐겁게 마시는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의도는 확실하다. 오늘 마실 술을 내일로 미루지 맙시다라는 애교스러운 글이 있는가 하면 지나친 음주는 주인을 기쁘게 합니다라는 얄밉고 혼란스러운 글도 있다.

 ‘고객의,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주점이 되겠습니다라는 글은 다소 고전적이지만 그래도 애교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어떤 식당은 영업이 호전되어 대기 손님이 생기자 곧바로 다음 글귀를 업소 현관에 내걸었다. 소문내지 마세요. 줄 서는 시간이 길어집니다이다. 소문을 내달라는 뜻인지, 제발 소문내지 말라는 뜻인지 해석이 모호하다. 이것 역시 의도는 상술이지만, 글을 읽는 순간 저절로 미소 짓게 한다. 자신감 넘치는 이 업소의 쉬는 날을 알리는 안내문은 한술 더 뜬다. 매주 월요일은 BTS가 방문해도 쉽니다라고 쓰여있다. 이쯤 되면 중독성 해학이다.      


 한국인이 잘 웃지 않는다고 탓도 많이 하지만 사실은 해학에 관심이 많은 민족이다. 사람들의 일상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면 ‘재미있어’ 또는 ‘재미없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단지 본인은 빼고 남이 재미있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강의하거나 글을 쓰면서 늘 다짐한다. 전달하려는 내용도 요하지만, 재미있게 말하고 재미나게 쓰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다. 쉽지 않은 일이고 생각같이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목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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