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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람 Dec 05. 2024

촌, 촌, 촌

도시와 시골(Ⅰ)


 기존의 세련됨보다 사회적 평가가 낮을 때 쓰는 말이 있다. ‘촌스럽다 또는 촌티 난다.’이다. 시골[촌村]의 특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유래했다.

 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말 ‘놈[자者]’도 ‘도시놈’이라는 말은 없어도 시골 사람을 비하하는 ‘촌놈’은 있다. 옛날부터 도시 진입은 영전이고 시골로 가는 경우는 좌천이라고 표현하는 뿌리 깊은 관념도 있었다. 이처럼 은 도시에 비해 부족함이 담겨있다. 오늘날 촌의 이미지가 낮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30대 후반 내가 대전의 한 회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그날은 교육이 있던 날이었다. 서울에 있는 모기업 임원이 우리 직원들에게 새로운 프로젝트의 선행 연구과제에 대하여 설명하는 자리였다. 시간이 되어 교육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 임원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창가로 자리를 옮긴 그가 잠시 후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전화를 건 상대방이 지금 어디냐고 묻는 듯했다. 그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아 그래. 지금 촌에 잠깐 내려왔어. 끝나고 바로 올라갈게”      


 순간 직원들 모두 김이 빠져버렸다. ‘대전이 광역시인데 대놓고 촌이라고 하다니’ ‘그럼 대전보다 작은 도시는 뭐지. 서울 아니면 다 촌인가?’ ‘농촌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은 할까?’…. 임원의 통화 한 마디에 온갖 과장과 억측이 난무하며 수군댔다. 지역에 대한 그의 사고 체계를 비난하는 눈길도 느껴졌다. 직원 중 서울에서 이사온 사람도 못마땅했지만,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토박이들의 표정은 불편함이 더 묻어났다.     


 갑을관계는 늘 우리 사회의 논쟁거리다. ‘갑질’로 인한 사회문제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인간관계를 불평등하게 만드는 사례이다. 생활문화의 차이를 기준으로 비교한 도시와 시골도 현대인은 ‘갑과 을’의 관계로 인식하기도 한다.      


 오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난 나만의 전원생활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덕분에 ‘을’처럼 느껴지던 촌놈의 느낌도 한해 한해 달라진다. 맑은 공기, 별 헤는 밤, 들꽃, 자연스러움…. 등의 낭만으로 인해 이제 내게는 촌놈이 ‘을’이 아니다. 소박한 매력을 갖춘 ‘갑’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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