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소고기 맛이 달라진 이유
지인의 소개로 한 단체에 가입했다. 회원 간 친목 도모와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임이다. 회원 중에는 개인적 욕심이 있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래도 생활의 활력과 보람을 느끼는 단체였다.
10월의 공휴일. 서해 안면도에서 모임 야유회가 있던 날이다. 30여 명의 회원이 전세버스를 타고 여행한 그날에 웃지 못할 사건이 일어났다. 화창한 가을날 오랜만의 나들이에 반가운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기쁨이 있었다. 더구나 출발 전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식사 비용을 회장이 전부 내겠다고 했다.
회장은 여러 채의 건물을 소유한 알부자였다. 그런데 평소 돈을 잘 쓰지 않는 ‘짠돌이’로 알려져 그날의 모습은 다소 의외였다. 뭔가 아쉬운 소리를 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일단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한참을 달려 버스가 한우전문점에 도착했다. 한눈에 봐도 소고깃값만 족히 수백만 원이 나올 텐데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맘껏 먹으라는 회장 말을 듣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너도나도 한우를 예찬하며 즐거운 분위기가 조성될 때쯤 회장이 일어나서 말을 시작했다.
“오늘 회원님들을 대접하는 이유는 제게 기쁜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에…, 사실은 지난주에 로또 1등에 당첨되었습니다.”
한차례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가 있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갑자기 분위기가 푹 가라앉았다. 좀 전까지 그렇게 맛있던 소고기 맛도 뚝 떨어졌다. 다들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고기가 남아돌았다. 옆 테이블에서 속닥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 먹고나 얘기하지. 고기 맛이 다 떨어졌어.”
“글쎄 말이야. 아까 먹은 게 내려가지 않고 더부룩하네.”
회장의 말이 왜 고기 맛을 변하게 했을까? 아마도 사람의 마음은 ‘인정’이라는 절차가 있어야 편안해지는 것 같다. 부자가 대박의 꿈을 이룬 걸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 마음이 불편한 것이다. 남의 성취를 자신의 실패처럼 느끼는 비교 심리도 작동했다.
지나간 세월 동안 나 역시 당첨과는 인연이 없다. 그래도 오늘 로또를 샀다. 주변 사람의 당첨이 내게도 가능성을 높여주는 사례라고 믿어보았다. 이번 주 토요일이 더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