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설명서, 어디서 살지?

나를 위해 기다리는 그런 집은 없다.

by 종이비행기
빈집 어디 없나요?


제주에 빈집 많다.

그런데 그냥 공짜로 혹은 아주 저렴하게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그런 빈집은 거의 없다.

아마 수십 년 전이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한적한 시골 동네에

누군가 살았지만 오랫동안 비워둔 그런 시골집.

집주인은 타지나 외국에 나가 있어,

사실상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누군가 공짜로라도 살아주길 바라는 그런 집 말이다.

아예 집주인이 누군지,

동네에서 관리하다가

누군가 살러 오겠다하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의미로 빈집에 살게끔 해줬던 그런 집.

분명 있었다.


거기서 살다가 아예 그 집을 사들인 사람도 있고.

거길 기반 삼아 제주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서

자리 잡은 사례도 적지 않다.

이것은 과거형, 지금은 감히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이나 대도시의 살던 집을 처분하고

제주에서 대궐 같은 그림 같은 집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게 가능했던 시기도 있었다.


땅을 사면 거기 지어진 집을 주기도 했었던 그런 시기.

지금은 서울에서 집을 처분하면,

제주에서 더 좁고 불편한 집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게 지금 제주의 현실이다.


아주 구석진 곳에 있는 땅도 억소리는 기본으로 나온다.

아파트나 일반 주택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1~2억이면 제주시내권에서 고급 아파트를 충분히 살 수 있었다.

그런 시기가 분명히 그리 멀지 않았던 과거에 있었다. 분명한 건 지금은 그때와 너무나도 다르다.


아파트는 시내외를 막론하고 우후죽순으로 늘어나지만

가격이 서울이나 대도시 못지않다.

어떤 점에서는 더 비싸기도 하다.

시골로 가면 그래도 괜찮겠지 하겠으나,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딸국질이 멈추지 않을지도 모른다.


특히 연예인이 잠시 스치듯이라도 살았던 지역들은

하루에 부동산 시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이다.

거기다가 현재 제주도 곳곳에는 개발 붐이다.

중국 자본이 어느 정돈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숙하게 들어왔던 터라,

제주 어디를 선택해도 공짜 혹은 저렴한 곳은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월세 사정은 더더욱 좋지 않다.

일단 제주에서 전세 매물은 잘 없다.

월세보다는 사글세(연세) 개념으로

집을 임대해서 사는 경우가 많은데.


10년 전까지만 해도

200만원에서 300만원하던

사글세가 지금은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새 건물이거나 시설과 주변 환경이 좋다면

1000만원까지 하는 집들도 적지 않다

.

꼭 한두 가지만의 이유는 아니다.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모이다 보니

제주가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

제주살이를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살고 싶은 지역을 충분히 고민하고.

그 지역에 있는 주택들의 시세를 발품 팔아야 한다.


인터넷이나 신문 등으로 알아보는 건

한계가 있고 더 비싸기 마련이다.

예상했던 예산보다는 훨씬 더 넉넉하게 잡아야 할 것이며,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을 때

제주살이에서 주거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오죽하면 제주토박이조차도 숨 막히는 집값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제주살이를 하러 내려왔다가

집값에 못 견뎌서 다른 지역으로

재이주하는 사례도 역시 많다.


제주살이에 부정적인 부분만 언급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건 현실이다.

제주를 좋아한다고, 낭만만 꿈꾸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부러가 아니라 제주에 살면서 있는

그대로를 내가 아는 만큼 알려주고자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퇴근길, 오프닝_2018년 12월 31일_송구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