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이비행기 Jan 01. 2019

제주살이 설명서, 어디서 살지?

나를 위해 기다리는 그런 집은 없다.

빈집 어디 없나요?     


제주에 빈집 많다.

그런데 그냥 공짜로 혹은 아주 저렴하게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그런 빈집은 거의 없다.     

아마 수십 년 전이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한적한 시골 동네에

누군가 살았지만 오랫동안 비워둔 그런 시골집.

집주인은 타지나 외국에 나가 있어,

사실상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누군가 공짜로라도 살아주길 바라는 그런 집 말이다.     

아예 집주인이 누군지, 

동네에서 관리하다가

누군가 살러 오겠다하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의미로 빈집에 살게끔 해줬던 그런 집.     

분명 있었다.


거기서 살다가 아예 그 집을 사들인 사람도 있고.

거길 기반 삼아 제주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서

자리 잡은 사례도 적지 않다.     

이것은 과거형, 지금은 감히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이나 대도시의 살던 집을 처분하고

제주에서 대궐 같은 그림 같은 집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게 가능했던 시기도 있었다.


땅을 사면 거기 지어진 집을 주기도 했었던 그런 시기.     

지금은 서울에서 집을 처분하면,

제주에서 더 좁고 불편한 집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게 지금 제주의 현실이다.


아주 구석진 곳에 있는 땅도 억소리는 기본으로 나온다.     

아파트나 일반 주택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1~2억이면 제주시내권에서 고급 아파트를 충분히 살 수 있었다. 

그런 시기가 분명히 그리 멀지 않았던 과거에 있었다. 분명한 건 지금은 그때와 너무나도 다르다.     


아파트는 시내외를 막론하고 우후죽순으로 늘어나지만

가격이 서울이나 대도시 못지않다.

어떤 점에서는 더 비싸기도 하다.     

시골로 가면 그래도 괜찮겠지 하겠으나,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딸국질이 멈추지 않을지도 모른다.     


특히 연예인이 잠시 스치듯이라도 살았던 지역들은

하루에 부동산 시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이다.      

거기다가 현재 제주도 곳곳에는 개발 붐이다.

중국 자본이 어느 정돈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숙하게 들어왔던 터라,     

제주 어디를 선택해도 공짜 혹은 저렴한 곳은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월세 사정은 더더욱 좋지 않다.

일단 제주에서 전세 매물은 잘 없다.

월세보다는 사글세(연세) 개념으로 

집을 임대해서 사는 경우가 많은데.     


10년 전까지만 해도

200만원에서 300만원하던

사글세가 지금은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새 건물이거나 시설과 주변 환경이 좋다면

1000만원까지 하는 집들도 적지 않다

.     

꼭 한두 가지만의 이유는 아니다.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모이다 보니

제주가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     

제주살이를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살고 싶은 지역을 충분히 고민하고.

그 지역에 있는 주택들의 시세를 발품 팔아야 한다.   

  

인터넷이나 신문 등으로 알아보는 건 

한계가 있고 더 비싸기 마련이다.     

예상했던 예산보다는 훨씬 더 넉넉하게 잡아야 할 것이며,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을 때

제주살이에서 주거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오죽하면 제주토박이조차도 숨 막히는 집값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제주살이를 하러 내려왔다가

집값에 못 견뎌서 다른 지역으로

재이주하는 사례도 역시 많다.     


제주살이에 부정적인 부분만 언급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건 현실이다.

제주를 좋아한다고, 낭만만 꿈꾸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부러가 아니라 제주에 살면서 있는 

그대로를 내가 아는 만큼 알려주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 퇴근길, 오프닝_2018년 12월 31일_송구영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