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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비행기 Mar 11. 2022

빙떡의 맛

일상의 순간들 (7)


제주에 살면서 알게 된 맛이 있다. 


그건 바로 빙떡.


얇게 지진 메밀전병에 볶은 무채를 넣거 빙빙 돌려 먹는 제주전통음식이다.

말 그대로 빙빙 말아 먹어서 빙떡이라 부르는 줄 알겠지만

한자 떡 병(餠)의 발음이 현지화 된 것이 '빙'이다.


족발이 겹말인 것처럼 빙떡도 어찌보면 '떡떡'이라는 뜻과 같다.


빙떡은 제주사람들의 중요한 순간에 꼭 등장하는 음식이지만 맛은 없다.

정확하게는 '무'맛이다. 메밀전병은 두껍게 하면 텁텁하고 얇게 하면 찢어지기도 하고.

무에 따라서 감칠맛이 제각각이다.


처음에 빙떡을 먹는다면 당연히 맛이 없어서 얼굴을 찡그리기 일쑤일 것이다.

그러나 입안에서 오물오물 씹으면서 재료에서 스며나오는 숨겨진 맛을 찾는 게 진짜 별미다.

별 게 없는 듯, 점점 살아나는 혀끝의 오미를 빙떡으로 즐길 수 있다.


간혹 대중적인 입맛을 위해 미원을 가미한 곳들도 있는데 

처음 맛은 호감을 줄지 몰라도 점점 질리고 말 것이다.


별로 간을 하지 않은 채, 재료들이 서로 어우러져 나오는 그 맛을 느껴보아야 한다.


이게 바로 진짜 제주스러운 맛 그 자체인데...


나도 이제야 조금씩 그 맛을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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