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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비행기 Mar 10. 2022

비타500의 한마디들

일상의 순간들 (6)

방송국에 출근하자마자 비타 500을 받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1층 로비 출입구를 지키는 경비 아저씨에게서.

평소 출근할 때 인사하고 퇴근할 때 인사하는 것빼곤 따로 깊게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아주 가끔 날씨나 식사 근황을 무의식에 가까운 느낌으로 묻곤 했다.

"이거 한 병 하세요. 허허허."

무슨 이유에선지 무심하게 내어주는 비타500 한 병.

왠지 출근하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서 그랬을까. 내 손에 쥐여진 찬 기운이 서린 유리병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이 가슴 속으로 깊게 스며들었다. 더불어 닫히는 엘리베이터 너머 보내는 경비 아저씨의 푸근한 미소는 덤으로.

많은 이야기보다 무심한 듯 건네는 한 병에 더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

이 감정이 아쉬워서 선뜻 병뚜껑을 딸 수가 없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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