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 소설로 만나는 제주의 감성들
“제주에 살면 공짜로 먹을 수 있다며?”
그래서 제주에 살기로 했다. 세상 모든 과일 중에 마약처럼 손길을 끊을 수 없는 과일이 몇이나 될까?
어릴 때 손톱부터 시작해서 팔다리, 얼굴,
온몸 구석구석 노로앟게 물들이는 치명적인 존재.
그 귤을 원없이 먹고파서 제주에 무작정 내려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공짜는커녕 온통 여기저기
선물세트였다. 어떤 곳은 서울에서보다 더 비싼 귤들도
버젓이 팔고 있었다.
내가 이러려고 제주에 내려온 게 아닌데.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다가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서,
무작정 아무 귤밭 앞에 세웠다. 돌담 바깥으로 나온
귤을 하나, 둘, 셋, 넷... 그저 원 없이 먹고 또 먹었다.
바로 그때~!
“느 누게냐? 잘도 요망지게 먹엄쪄이.”
귤밭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나오셨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다가, 그만 돌담에 걸려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다.
아, 이게 아닌데.
눈을 질끈 순간, 발 앞에 턱!하는 소리가 났다.
다름 아닌 귤이었다. 그것도 노란 콘테이나에 가득.
“담에랑 먹고 싶으댄 말허라이.”
유유히 밭으로 돌아가는 비쩍 마른 할아버지의 등을
한참 바라보다가 괜스레 코끝이 시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