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길, 그는 술병을 오른손에 들고 터덜터덜 발길을 이끌었다. 반쯤 깨진 가로등이 희미한 불빛으로 그를 뒤따랐지만 정작 그림자는 드러나지 않았다. 벽에 바짝 붙어서 걸어가는 길고양이도, 불빛에 전력으로 돌진하는 나방도 그림자가 선명했다.
“저기요, 내 그림자 못 보셨습니까?”
그는 지나가는 사람이 보일 때마다 손을 뻗었다. 누구도 그 손끝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간혹 어깨를 부딪친 이도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발걸음만 재촉할 뿐이었다. 그와 마주친 이들은 모두 그림자와 함께였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누가 내 그림자 좀 찾아주세요. 제발!”
그는 가로등 빛이 닿지 않은 벽에 기대 앉았다. 방금 내뱉은 가느다란 목소리는 골목길을 가득 채운 어둠과 함께 금세 파묻히고 말았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댔다. 얼굴은 점점 뜨거워지고 눈앞이 흐려지려는 순간, 그의 눈에 꿈틀거리는 그림자가 보였다. 손을 내밀었지만 닿지 않았고 점점 멀어질 뿐이었다.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댄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를 따랐던 가로등도 빛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