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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사람 맞으세요?

by 종이비행기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5131

오늘 이런 기사가 떴다.


방송국 사장이 노조위원장한테 욕도 하고 주먹질도 했다는 내용이다. 새로운 사장과 노조와 대립이 심하다는 것인데. 그 안에서 싸움은 현재진행 중이고.


어쨌든 새로운 사장이 와서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를 하루 아침에 없앴다. 전날 밤에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통보로 없앤 것인데, 그 프로그램에서 일했던 우리 와이프가 일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벌써 두 달 전 일이다.


그 전부터, 그 이후에도 저 방송국은 사장과 노조가 싸우고 있다.


시간이 하루이틀 흘러가지만, 진짜 일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린 와이프에 대해서는 저들은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걸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물론 담당 진행자의 연락은 있었지만. 진짜 주무부서인 편성제작국의 누구도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사과까지도 아니고 양해나 설명조차 없었다. 처음에는 라디오가 필요 없어서 없앤 것일까? 방송국이 전기 요금도 못 낼 정도로 궁박한가 싶었지만.


지난주부터 와이프가 일했던 시간에 새로운 라디오프로그램이 생겼다. 개편이랍치고 다른 시간대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소문으로는 제작비도 좀 올렸다고. 그 과정에서 와이프한테 제안은커녕, 공모로 작가들도 새로 뽑아서 방송 잘(?) 돌리는 중이다.


방송사의 프리랜서가 파리목숨만큼 못하다고들 하긴 하지만. 이 상황을 그냥 눈 뜨고 보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기사 내용에 나와 있다.


제주방송지부는 지난 1월16일 성명에서 A 라디오 프로그램 폐지를 언급하며 “섭외됐던 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저버림은 물론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작가에겐 하루아침 일자리가 없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언뜻 보면 노조가 와이프를 무척이나 챙겨준 듯하지만. 그들 역시 제대로된 연락 한 번 없었다. 일자리가 없어진 셈이 아니라, 없어진 것인데 상황조차 제대로 셈하지 못 했으니... 기사를 보니까 사장보다 노조의 성명이 더 뒷목 잡게 만든다. 당사자도 모르게 어딘가 지적은 했다만, 당사자의 입장은 들어나 보려고 생각이나 했었을까?


기사 내용을 더 살펴보니까, 그들의 의중도 참 알 것도 같았다. 정말정말 궁금했던 프로그램 폐지 이유가 무엇인고 살펴보니 기사에 이렇게 나와 있다.


A 프로그램 폐지에 대해선 편성제작국장의 건의에 따른 것이라며 노조 집행부에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사업팀장인 B씨의 사업내용 파악이 전혀 안되는 것을 확인하고 사업팀장 직무배제 대기발령을 내리고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켰다며 “노조의 입장이 반영된 인사임에도 해임을 요구하는 성명과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이게 사장이 밝힌 입장이고


“A 프로그램에 대해선 사업팀장이 라디오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이야기한 것이지 폐지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이게 노조가 밝힌 입장이다.


프로그램이 없어진 건 사실이지만 원인은 제각각이다. 까놓고 말해서 맞아서 쓰러진 사람은 분명히 있는데, 때린 놈은 서로 아니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어차피 엎지러진 물이지만, 저들의 행태가 할 말이 없다.

방송국 사람들끼리 계속 마음껏 싸우는 거야, 내가 무슨 자격으로 왈가왈부하겠냐만은. 싸우다가 정이 들거나더 끝판을 보거나 진짜 내 알 바는 아니지만.


내가 이 방송국에 진정으로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단 한 줄, 단 한 글자라도 우리 와이프를 거론하지 말아줘라. 언제부터 사람 취급했었다고 새삼스럽게 성명에 갖다붙이는 건가.


기사 중에 내 마음을 알아주는 딱 한 줄이 있는데, 이거다.

“니가 사람 XX야?”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내가 당신들한테 묻고 싶다.




당신들, 사람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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