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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작가의 오해와 진실 (3)

라디오 작가는 일하는 시간 대비 돈 많이 번다??

by 종이비행기

예전에 한 방송국 PD가 말했다.
“작가님들 너무 부러워요. 시급 완전 높잖아요!”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작가는 생방송 2시간만 나오니까 ‘2시간만 일하는 것 치고는’ 많이 번다는 거였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작가가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시간은 이미 원고 집필이 끝난 뒤다. 생방송 중에는 모니터링, 청취자 문자 확인, 긴급 원고 수정, 다음 방송 기획 회의 등으로 바쁘다.


실제로 라디오 작가의 출근은 방송이 끝난 순간부터 시작된다. 다음날, 다음 주, 그 이후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자료를 찾고, 분석하고, 외부 섭외를 하고, 내용을 조율한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일이지만, 작가실은 전용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아 집이나 카페, 개인 작업실에서 일을 이어간다.


나 역시 그렇다. 방송국 작가실에 컴퓨터가 한 대 있긴 하지만, MC와 리포터, 다른 작가들과 함께 쓰는 공용 컴퓨터실에 가깝다. 결국 다른 곳에서 원고를 쓰다가 방송 1~2시간 전에 들어가 PD, MC와 오늘 방송을 점검하고 다음 아이템을 회의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출퇴근이라는 개념이 흐려진다.


주말에도 연락을 받고, 밤낮없이 메일과 메시지를 확인하며 원고를 다듬는다.

“일하는 시간 대비 돈을 많이 번다”는 말을 들으면, 원고를 쓰다 말고 벌떡 일어나고 싶어진다.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내일 방송 뭐하지?”가 떠나지 않으니, 나에게 완전한 퇴근은 아직 없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에 잠긴다.


내일 아이템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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