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작가는 감성적인 글만 쓴다?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라디오는, 감성 충만한 단상과 문학 작품 인용으로 이어지는 오프닝이다.
하지만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이 심야의 시적인 멘트만 쓰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는 아침 이야기가 있고, 낮에는 낮 이야기가 있으며, 저녁에는 또 저녁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있다.
진행자 성격과 프로그램 분위기에 따라 오프닝의 결도 천차만별이다.
간단한 인사와 곡 소개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뉴스를 그대로 읽고 첫 곡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라디오 작가인데 왜 감성적이지 않아요?”
이건 정말 라디오를 잘 모르는 질문이다. 한때 라디오 작가로 활동했던 이병률 시인을 떠올리며 시인 같은 글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오늘 귀에 꽂힐 이야기를 찾아 세상을 헤매는 고독한 사냥꾼에 가깝다.
나 역시 가끔은 감성 가득한 오프닝을 써보고 싶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면, 내 글로 시작된 몇 분이 누군가의 하루를 은은히 비춰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