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려다가 게임만 했다!

소설을 쓰고 싶은 소설가

by 종이비행기

미발표 원고에 꼭 담아야 할 공간이 있었다.
바로 PC방이다.

어릴 적, 1일 1PC방 하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PC방에서 직접 알바도 했다.
그 시절과 지금의 PC방은 꽤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고,
와이프와 함께 근처 PC방에 가봤다.


키오스크로 자리 찾고 결제하는 최첨단 시스템(?)을 빼면,
“음... 별 다를 게 없네?” 싶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모니터는 예전보다 훨씬 커졌고,
키보드는 게이밍 키보드,
헤드셋은 최신식,
의자는 눈만 감으면 바로 잘 수 있을 정도로 푹신했다.
허리 건강까지 챙겨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무엇보다 메뉴판이… 이건 거의 PC방 겸 맛집.


역시 내 소설에 최신의 PC방 풍경을 제대로 담아보리라!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냥 구경만 할 수 없지.”
자리를 잡았다.
소설을 위해선 그 공간을 직접 체험해야 한다.
이용자처럼 이용해봐야 소설에서도 살아 숨 쉴 테니까.

김떡순과 매콤삼겹덮밥을 주문했다.
이 정도 메뉴를 시킬 수 있는 재력(?)에 스스로 감탄하며
조심스레 게임을 켰다.


“조금만 해보자. 맛만 보고 바로 관찰 들어가자.”
…는 다짐은 무너졌다.

5분도 안 되어
나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바람처럼 날아다니는 스나이퍼가 되어 있었다.


거의 십여 년 만의 게임이었는데도,
놀랍게도 낯설지 않았다.

어릴 적 매일 눌렀던 키보드의 W, A, S, D는
오랜 친구처럼 내 왼손의 무대가 되었고,
부드럽게 눌리는 키보드, 손에 감기는 마우스는 내 캐릭터와 한몸처럼 움직였다.

몰입 안 될 수가 없는 환경. 몰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몰입감.

헤드셋까지 착용하니 양옆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모니터 속 그 상황에만 집중하며 헤드샷 한 방에 전율이 일어났다.


그리고,

모니터 앞에 놓인 김떡순이 차갑게 굳어갈 즈음.

그보다 더 차가운 눈빛이
옆자리에서 나를 향해 있었다.


와이프였다.



아...
게임, 그만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말이지—


PC방 컴퓨터 모니터도 크고,
키보드도 날아다닐 것 같고,
소설도 잘 써질 것 같은데...?

소설로 얼른 써야 하는데...


그 전에 PC방 투어 한 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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