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고 싶은 소설가
소설을 쓰는 공간이라...
어디든 노트북만 펼칠 수 있다면 가능하다.
노트북까지는 아니더라도,
뭐라도 메모할 수 있는 도구만 있다면 가능하다.
집에서도, 화장실에서도, 공원에서도— 가능하다.
...그런데,
조금 더 집중해서 쓸 공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집도 있고, 방송국 사무실도 있고,
자주 가는 카페와 도서관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소설만 쓸 수 있는
완전한 환경을 마련해둔 건 아니다.
변수를 줄이려면,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다 지인에게 들었다.
“스터디카페 좋더라.”
독서실의 최신 버전 공간? 글을 거기서 쓴다고?
의아했지만, 요즘은 노트북 전용 공간도 따로 있어서
글 쓰는 사람들도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마침 출퇴근길에 괜찮은 스터디카페가 하나 있었다.
정말로, 노트북 전용 공간이 있었다. 학습 공간과는 유리벽 하나로 분리되어 있고,
이용만 하면 커피나 사탕 같은 것도 무료로 제공되니까
가성비도 괜찮네? 싶어서, 한 달치를 끊었다.
방송국에 출근하기 전,
1~2시간 정도 그곳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총알도 막아낼 것처럼 탄탄해보였던 유리벽의 방음이— 생각보다 안 됐다.
노트북 키보드는 원래 무소음에 가까웠는데, 이상하게 그 공간에선
키보드 스치는 소리마저 울림에 여운까지 있었다
.
일부러 키보드 패드를 깔고
마우스도 무소음으로 바꿨다.
그런데도…여기선 숨 쉬는 것조차 소음이었다. 콧물이 나서 킁킁 거려도
유리벽 너머 그들과 아이컨택을 했다.
결국 가만히 앉아서 영상만 봤다. 근데 이어폰 너머로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들의 눈빛도 새어 나왔다. 이쯤되면 통성명을 해도 되는 거 아닐까 싶었다.
커피를 따르는 소리,
물병을 여는 소리조차도
유리벽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그 소리에 반응하는 미세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빛들.
난 글쓰면서 집중하면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트월킹’을 추는 편인데,
그곳에선 손가락 한 번 움직이는 것도 조심조심.
한 줄 쓰고— 쎄한 공기.
한 장 쓰고— 뒷통수 따끔.
도대체 누가,
스터디카페에서 글쓰는 게 좋다고 했는가!
남은 시간들이 아까워서 안 갈 수도 없었다.
일부러 더 찾아가서 자리를 잡고 꾸역꾸역 노트북을 열었다.
대부분은 깜빡이는 커서만 한참 바라보다 나왔다.
커서가 깜빡이는 것조차 그들에게 소음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정도 집중력이면…
진짜 공부하고 있는 게 맞긴 한가…?”
깊은 의문만 남긴 채,
그 와중에 진짜 궁금한 건 이것 하나였다.
소설은… 대체 어디서, 언제 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