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페이지_열다섯_몸국

한 페이지 소설로 만나는 제주의 감성들

by 종이비행기
“시원하면서 든든하면서 후련한 그런 거 있잖아~!”


오늘도 부장님이 그런 걸 찾는다.

그러니까 그런 거 뭐요. 술은 본인이 다 마셔놓고

숙취는 왜 나한테 해결해달라는 건지~!


“돈만 왕창 줘봐요, 뭐든 구해볼테니까.”


그런 말, 함부로 내뱉는 게 아니었는데.

순간의 짜증과 울컥함으로 내뱉은 말로 결국 제주까지 내려왔다. 출장이나 여행, 그런 거 아니다.

오로지 부장의 숙취 해결을 위해. 단지 그가 제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수학여행으로도 내려오지 않았던 이곳을 오게 되었다.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그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 배지근헌 거~ 가서 말하면 알아.”


배지근한 게 뭔지도 모르는데 뭘 말하라는 건지.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문시장을 찾아갔다.

발길이 닿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다짜고짜

부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흉내내면서~

“배지근헌 거 한 그릇~!”라고 했더니.


나를 흘겨보던 할머니가 조금 있다가 뚝배기 하나를 내밀었다. 그 속에는 퍼런 해초로 가득한 허연 국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언뜻 돼지고기 육수 냄새가 나는 거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이게 뭔가 싶지만, 일단 한 숟갈 넘긴 순간.


난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바로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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