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페이지_스물넷_할망

한 페이지 소설로 만나는 제주의 감성들

by 종이비행기


난 결심했다.

제주에 내려오자마자 처음 만난 여자와 밥을 먹겠노라.


그런데 이게 웬걸. 제주 공항에 나오자마자 만난

여자는 다름 아닌 할머니였다. 허리는 굽었고,

갈옷 차림에 양손과 머리까지 짐이 가득했다.

“호끔만 도와줍써.”

무슨 말인지 완전히 알아듣진 못했지만

그녀의 짐을 함께 들었다. 옆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계속 했으나, 고개만 끄덕이다 보니

어느새 낯선 마을까지 버스로 함께 오고야 말았다.

“와시난 밥이나 먹엉 갑써.”

앞에는 넓은 바다, 뒤에는 봉긋하게 솟아오른 오름들.

그녀와 함께 온 시골 마을의 낡은 집.

대문도 없는 집에 들어가 그녀와 밥상을 함께했다.

차린 거라곤 찬물에 강된장을 푼 냉국과 고봉밥뿐.

그런데 한 입 먹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진짜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떠오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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