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페이지_스물여섯_한담

한 페이지 소설로 만나는 제주의 감성들

by 종이비행기
내가 기억하는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한담마을은,


아주 조용하고 어쩌면 스치듯 지나는 바닷가였다.

애월리에서 곽지리까지 이어지는 큰길과

해안산책로가 그나마 존재를 알려줄 정도였고.


10년 만에 다시 찾은 한담은 바다만 그대로였다.

좁은 이차선 도로가에 차들이 빼곡했고,

구석구석 낯선 건물들이 겨우 자리를 비집고 차지했다.


에메랄드빛을 품은 바다에는 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풍경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내가 기억하던 조용한 카페도 바뀌었다.

딱 하나의 카페만 있던 곳에. 카페와 음식점, 편의점,

부동산에 펜션까지 복합관광시설로 진화되었다.


저 밑 바닷가 근처에는 지드래곤이 운영했다고

오해받는 카페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무엇이 사람들을 한담으로 이끌었을까?

분명 바다가 전부였던 곳이건만.


다시 찾아온 이곳에는 카페와 음식점,

펜션 그리고 렌터카들의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걸어서 바닷가로 향하는 길은

바다의 향기를 취하기보다

매섭게 오르내리는 차들을 겨우겨우 피해야만 하고.

거기서 나오는 매연에 취할 지경이었다.


난 문득 10년 전, 그때를 떠올렸다.

그녀와 함께 손을 맞잡고 조용히 거닐었던

이곳의 과거 모습을 말이다.

나중에 여기서 작은 집을 짓고

바다를 벗 삼아 조용히 살아보자 했건만.

그때의 약속, 그때의 그녀, 그때의 이곳은

지금처럼 완전히 사라졌다. 그때 한담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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