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의 진실과 싸움

by 최영남

녹조의 진실과 싸움

‘녹조류’는 한자로 녹색을 뜻하는 ‘녹(綠)’과, 물속에 살며 동화 색소를 가지고 독립영양 생활을 하는 하등 식물인 ‘조류(藻類)’를 합친 말이다. 즉, 엽록소를 많이 가지고 있어 녹색을 띠는 조류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청각, 파래, 삿갓말 등이 녹조류에 속한다.

‘녹조(綠潮, water bloom)’는 부영양화가 진행된 정체된 호수나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남조류가 과다 증식해 수면에 모이면서 물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는 유해 조류 증식의 일종이다. 강이나 바다 등 물속에 사는 작은 생물들은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 광합성을 하며, 수생태계의 1차 생산자로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류는 사는 환경에 따라 바다에서는 ‘해조류’, 민물에서는 ‘담수조류’로 나뉘며, 서식 형태에 따라 ‘부착조류’와 ‘부유조류’로 분류된다. 담수조류는 색소에 따라 규조류(갈색), 녹조류(옅은 녹색), 남조류(남색)로 구분된다.


녹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구약성서 출애굽기 7장 20~21절에 등장한다. “강물이 모두 피로 변하여 고기가 죽고 물은 냄새가 나서 마실 수 없었다”는 구절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사기(신라 아달왕 8년, 서기 161년)와 조선왕조실록(정종 1년, 1398년)에 녹조 발생 기록이 남아 있다.

한편, ‘적조’는 바닷물에서 주로 발생하며, 적조 생물(규조류, 편모조류 등)은 황갈색이나 붉은색 계통의 색소를 많이 가지고 있어 바닷물이 적색, 황색, 적갈색 등으로 변하게 된다.

일부 남조류는 미량의 냄새 물질과 독소를 생성해 수돗물의 맛을 떨어뜨리고, 흙이나 곰팡이 냄새 같은 불쾌감을 유발한다. 환경부는 사람이나 동물이 흡수하는 경우 간세포나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남조류 4종을 ‘유해 남조류’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팔당호에서의 녹조 발생은 내 경험상, 수온이 일주일 이상 약 28℃를 넘고 체류시간이 길어지며, 50~100mm 정도의 비가 내린 뒤 일조량이 증가하는 시기에 주로 나타났다. 반면, 100mm 이상의 폭우가 한꺼번에 내리는 경우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녹조 알갱이가 폭우에 의해 떠내려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녹조 예방을 위해 수초를 키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마름, 생이가래 등 부초 식물은 7월 장마 이후부터 10월 말까지 급속히 번식하며, ‘광합성 과정에서 영양염류를 흡수해 녹조 발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성장기에 수초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고사하는 11월 초에 보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제거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평소 수초에 녹조 알갱이가 붙어 번식하므로 사전 제거가 효과적이다’라는 연구 결과에 따라 팔당호에서는 수시로 제거하고 있다. 녹조 발생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어느 방법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4대강 사업 이후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보의 개방 또는 철거를 주장하며, ‘녹조라테’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일부 학자와 환경단체는 녹조로 인한 건강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다. 독소를 가진 남조류가 많은 물을 마시는 경우 간 손상, 구토, 복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식수는 정수 처리와 수질 분석을 거쳐 공급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농업용수를 통해 농산물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사실은 없다. 다만 녹조가 심한 경우 수생 생물을 위협하고, 상수원 사용자에게 불신을 초래하며, 정수 비용을 증가시키는 점은 분명하다. 팔당호 녹조 발생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서는 수초가 번식한 장면을 녹조 확산으로 오해하도록 보도하는 경우 종종 있었다.

오랫동안 팔당상수원 관리를 담당하며 녹조 발생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많은 조사와 고민을 거듭했다. 황토 살포는 수면에 떠 햇빛을 차단해 녹조 번식을 줄이고, 녹조가 황토와 뒤엉켜 바닥으로 가라앉게 하는 방법이다. 소규모 호소에는 가능하지만, 상수원에서는 2차 오염 우려로 사용이 어렵다. 선박의 프로펠러를 돌려 물을 휘저어보았으나 효과는 없었다. 녹조 흡입·여과·회수 장치를 갖춘 제거선 운영도 검토해 보았지만, 유지 비용이 많이 들고 팔당호처럼 넓은 수역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졌다. 인공수초섬 설치 제안도 있었지만, 시범 사업 결과 수초섬 주변의 오염도가 오히려 증가했고, 장마철 대규모 쓰레기 유입 시 수거에 장애가 되어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충분한 유량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나라는 통상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연간 강우량의 약 70%가 집중되는 특성이 있어, 녹조가 형성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한강수계에 설치된 3개 보(이포, 여주, 강천)에서는 녹조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 지역의 수질이 악화되거나 녹조경보가 발령되었다면, 보 해체 주장에 힘이 실렸을 것이다. 경험은 때로 이론을 넘어선다. 녹조 문제는 이론보다 현실적인 현상을 중심으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상류 댐의 저수량과 팔당댐의 방류량을 점검하고, 여름이면 배를 타고 팔당호 현장을 돌며 수질을 관찰하던 시간. 수질분석, 상류 댐 수량 분석 등 작지만 꾸준한 노력과 성취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그 안에 내가 남긴 흔적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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