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눈 그리고 행정의 책임

by 최영남

비, 눈 그리고 행정의 책임

비는 때로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선물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비는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태계와 환경 측면에서 보면, 비는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수분을 공급하고,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형성하며, 하천과 호소의 수위를 유지해 준다. 또한 공기 중의 먼지와 오염물질을 씻어내어 깨끗한 공기를 만들어 주고, 다양한 생물이 서식지를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에게는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공무원은 ‘공무’라는 같은 길을 향해 걷지만, 때로는 걷고 싶은 방향이 서로 다를 때도 있다. 부서마다 비와 관련해 희비가 엇갈 린다. 시군에서 근무하던 시절, 공직자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봄과 가을철 산불 대기 근무는 가장 꺼려졌다. 직원들을 근무조로 편성해 저녁 시간이나 휴일에 교대로 근무해야 했기 때문이다. 양평군에서 근무할 때는 주말마다 수원 집에 가고 싶었지만, 사무실에서 종일 대기해야 했다. 그래서 산림관리 부서에서는 비가 오기를 간절히 기원하곤 했다.


수질관리과 역시 비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또 다른 부서다. 우리나라는 보통 10월부터 6월 초까지가 갈수기로, 연중 강우량의 편차가 크다. 이 시기에는 하천이나 호소의 수질이 나빠지기 쉽다. 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매일 강우 동향과 상류 댐의 저수량을 분석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눈이 많이 오면 생활에는 불편하지만, 천천히 녹아 토양에 스며들면서 수분을 저장하기 때문에 수질관리 차원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공원이나 농업 관련 부서도 비가 오면 반가워한다.

반면, 비가 오면 바빠지는 부서도 있다. 바로 재난관리 부서다. 비나 눈이 오면 밤을 새워가며 대응해야 하고, 큰비가 내리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복구에 매달려야 한다.

장마가 지나간 뒤에는 팔당호에 쓰레기가 떠밀려와 호소를 뒤덮는다. 처리가 늦어지면 언론 등으로부터 질타가 이어지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매년 비가 올 때마다 힘들었지만, 그 시절은 보람도 컸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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