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이 아닌 통찰로 이룬 조정

by 최영남

타협이 아닌 통찰로 이룬 조정

혼란 속에서 원칙을 세우다 — 환경사업소 운영업체 선정 이야기

양평군 환경사업소는 하수처리시설, 분뇨처리시설, 축산폐수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부서다. 1990년대 초부터 팔당 상류 지역에 집중적으로 시설이 건설되었고, 2006년 당시 인구는 약 8만 명에 불과했지만, 하수처리시설은 무려 66개소에 달했다. 양평, 강하, 양서, 용문, 지평 등지에서 신·증설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었다.


두 업체의 독점, 그리고 갈등의 시작

양평과 양수 두 처리장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은 2개 업체가 동서로 양분하여 관리하고 있었다. 2006년 11월 말, 담당 팀장이 조심스럽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2년이 지나 다시 선정해야 하는데, 기존 2개 업체 유지에 대해 긍정과 부정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여러 곳에서 압력이 들어오고 있었고, 팀장은 입장이 곤란해 보였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원칙대로 합시다.” 실무진과 논의한 끝에 운영업체를 4개로 확대하기로 하고, 곧바로 추진에 들어갔다.


군의회와의 충돌, 그리고 흔들림 없는 추진

12월 초, 군의회에 추진계획을 설명했다. 예상대로 한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다. “독점은 문제 있다. 많은 업체에 기회를 줘야 한다.” 하지만 나는 맞섰다. “2개 업체 이상 늘릴 수 없다. 규모나 능력이 검증되면 점차 확대 검토가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미 결정한 대로 공고를 내버렸다. 그 의원은 공고 취소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밀고 나갔다. 양쪽의 입장 대변하는 의원들과 지역유지들로부터 수많은 전화와 압력이 들어왔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원칙대로 진행했다. 결국, 기존 업체 2곳을 포함한 4곳이 선정되었다.

소신의 결과, 그리고 뒤늦은 평가

이후, 양쪽 모두에게서 “소신 있게 잘했다.”라는 칭찬을 받았다. 지나고 보면, 양평군에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시간이 더 지나거나, 군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당시 군수는 선거법 위반으로 직위해제 상태였다. 그 공백 속에서, 원칙에 기반한 행정이 조직의 신뢰를 구축하고, 결국 시민의 평가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막혀 있던 길, 의지로 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