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벽을 넘다
— 양평 정수장 증설과 폐수배출시설 허가 이야기
2009년 6월, 환경위생과장으로 근무하던 시기. 양평군의 주요 현안이었던 광역상수도 공사가 마침내 완료되었다. 기존 하루 10,000㎥에서 26,000㎥로 정수장 시설용량을 대폭 확대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정수장이 위치한 양평읍 회현리 지역은 「한강수계법」상 수변구역으로, 폐수배출시설 입지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법령과 행정의 충돌
정수 처리 과정에서는 침전슬러지 등 폐수가 발생하므로, 법적으로 폐수배출시설 허가 대상이 된다. 수도사업소는 환경위생과에 허가 신청을 했지만, 담당자는 단호했다. “법적인 문제를 떠맡을 수 없어 허가해 줄 수 없습니다.” 반면 사업소는 “무허가로는 가동할 수 없습니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대립했다. 관련 팀장과 담당자들을 모아 의견을 들었지만,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분상 문제 될 일이기에 한편 이해가 되었다.
공론화와 제도 개선의 시도
나는 결심했다.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해야겠다.” 먼저 동부권 시장·군수 협의회에 안건을 올려 공론화했다. 그리고 환경부를 직접 찾아가 담당 사무관과 협의했다. “군민에게 꼭 필요한 시설임에도 입지조차 못하는 건 불합리합니다.” “정수장을 준공하지 못하면 집단 민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무관은 처음엔 난색을 보였지만, 여러 차례 방문하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그는 “당장 개정은 어렵지만, 연말 개정 시 반영하겠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는 다시 졸랐다. “시급하니 양평군 건의서에 대해 반영한다는 공문이라도 보내주세요.” 결국 환경부의 공식 공문을 받아냈고, 이를 근거로 폐수배출시설 허가를 승인했다.
행정의 원칙과 유연성
만약 이런 절차 없이 허가했다면, 감사 부담과 내부 갈등으로 인해 준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 논리와 공론화, 협의와 문서 확보를 통해 법적 제약을 넘어서 공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단순한 허가 문제가 아니라,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공직자가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장면이다. “불합리한 법은 개선해야 한다.” “공익을 위한 행정은 원칙과 유연성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경험은 이후의 행정 판단에 깊은 기준점이 되었고, 양평군민에게는 깨끗한 물이라는 실질적 혜택으로 돌아갔다.
不可를 可로 바꾸다
양평 정수장 증설과 폐수배출시설 허가 과정은 단순한 행정 처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법령의 틀 안에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치열한 설득과 전략의 연속이었다.
제도 개선을 위한 지속적 노력
법 개정은 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직원에게 경기도에 제안하도록 독려해 금전적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경기도로 전입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건의를 한 결과, 결국 법 개정이 되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일회성 해결이 아니라, 제도 개선을 위한 장기적 전략과 끈기의 결과였다.
이 경험은 단순한 행정 처리의 성공이 아니라, 공직자의 사명감과 제도 개선을 위한 실천의 기록이다. “법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공익을 위한 행정은 원칙을 지키되,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