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안개가 머문 자리

by 최영남

양평 물안개공원 — 규제 속에서 피어난 쉼터


양수리에서 양평읍으로 들어서는 초입, 남한강 변 오른쪽 방향 새벽이면 강 위로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이름 그대로의 운치를 자랑한다. 여름엔 시원한 분수대, 인공폭포, 고산정(정자), 황명걸 시비, 김종환 노래비 등이 있다.


국민 애창곡 ‘사랑을 위하여’는 김종환이 IMF 시절 양평 강가에서 물안개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노래비에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흘러나와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시작은 민원이었다.

2007년, 환경관리과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한 과제는 양수리 초입 남한강 변에 공원을 만들어 달라는 주민 민원이었다. 하지만 그 부지는 「한강수계법」에 따라 지정된 수변구역. 수계기금으로 매수된 녹지 보전지역으로, 개발이 엄격히 제한된 곳이었다. 팔당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해 매입된 만큼, 공원 조성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규제의 벽을 넘다

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리권자인 한강유역환경청장의 승인이 필수였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주민의 삶도 존중받아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여러 차례 환경청을 방문하며 규제의 여건과 주민들의 절실한 요구를 전달했다. 결국 철저한 보전과 관리를 조건으로 허용한다는 의견을 받아냈다.

공원 조성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뒤편 모텔 업주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다. “공원 조성 시 시야가 가려지고, 출입로가 없어져 영업에 지장이 있다.”라는 것이다. 낙찰받은 공사 업체가 자금난에 빠지자, 담당 팀장과 직원이 광주

광역시까지 직접 찾아가 면담하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완공 직후인 어느 날 아침, 공원 내 수십 그루의 나무가 야간에 무단으로 베어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에 신고하였지만 범인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고, 강하게 반발했던 모텔 측이 의심되었으나 증거는 없었다.


문화와 감성의 상징, 김종환 노래비

공원 완공 후, 군수실에서 호출이 왔다. 가수 김종환이 직접 와 있었다. 무명 시절, 찜질방에서 자며 일하던 시기. 처가가 있는 강원도에서 서울로 가는 길에 남한 강변에 차를 세워놓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눈을 떠 보니 물안개가 하얗게 피어올랐다. 그 풍경을 보고 만든 노래가 바로 ‘사랑을 위하여’ ”라며, 노래비

설치를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여 세워졌다.


미래로 이어지는 다리

2025년 현재, 물안개공원과 떠드렁섬, 양강섬을 출렁다리로 연결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26년에는 또다시 변모한 공원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양평 물안개공원은 법과 현실, 규제와 주민 요구, 행정과 문화가 교차한 공간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규제 속에서 설득과 논리, 협력과 끈기로 가능성을 열었다. 갈등과 난관 속에서도 공익을 위한 결단과 책임감으로 완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양평의 문화적 상징이자, 주민의 사랑받는 쉼터가 되었다. “행정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바꾸는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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