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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소비자학자 Jun 25. 2018

유한계급론

테마2. 계급, 과시와 소비

톨스타인 베블런

원서 1899, 번역서 2012 출간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ver 180321

얼마 전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가 <책 잘 읽는 법>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 의하면, 저자는 과시적 독서가이다. 이 개념은 소스타인 베블런의 1899년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따왔다고 한다. 

<유한계급론>은 유한계급의 행태에 대해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분석을 한 심층 보고서이다. 유한계급은 여가leisure를 가진 사람들이며, 일을 하되 비생산적인 일을 하고, 소비를 하되 비생산적인 소비를 한다. 생산적인 것은 인간의 신체적 유지에 바로 관련이 있는 필수불가결하고 원초적인 것들이다. 예를 들어 식사라는 행동에서 배고파서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끼니 준비라면 생산적인 행위이지만, 다과, 차, 술 등 먹지 않아도 생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식재료에 대한 활동이라면 비생산적인 행위이다. 

유한계급의 결정적 특징은 ‘과시적 소비’를 한다는 데 있다. 과시는 화폐 발달 이전의 수렵채집 시절부터 존재하던 개념이다. 약탈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원시 사회에서는 전리품을 자랑하는 것으로 힘과 차별성을 과시했다. 이후 경제사회에서는 이러한 힘과 차별성이라는 명예는 ‘낭비’로부터 얻는다. 시간과 노력에 대한 낭비는 물론, 금력에 대한 낭비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낭비할 수 있는 시간과 금력이 있다는 것은, 그게 가능한 사람들이 생산적인 노동에 종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베블런은 이렇듯 기본적으로 ‘유한계급’을 비판하고 있다. 비판의 방향은 그들이 하는 ‘소비 행위’에 맞춰져 있다. 생산적인 일이 옳다는 전제 위에서, 베블런은 과시적 소비를 경쟁적으로 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고, 이는 사회를 발전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조다. 

이러한 베블런의 논리 구조는 여전히 유효하다. 사실 이 시대의 소비행위는 소비자 자신의 노력에 의해 얻은 돈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속성이 강하다. 그러므로 소비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면 개인의 선택에 대한 비판이어야 명확하고 효과적인 비판이 될 수 있다. 일단 사회적 계층이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고, 그만큼 소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소비행위는 쉽게 계급론적으로 뭉뚱그려져 공격을 받곤 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 소비에 대한 계급론적 비판의 포커스는 소비행위의 교환가치가 되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가에 주로 맞춰져 있다. 과시적인 소비행위를 하는 소비자가 건물주 같은 자산보유가나, 재벌2세 같은 증여소득자인 경우라면 그들의 소비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금력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베블런의 시대에 금력을 자랑하기 위한 낭비가 비판받았던 것처럼, 이 시대는 근본 없는 금력에 대한 자랑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동시에 생산적인 노동으로 재원을 마련했다면, 그에 따르는 소비는 과시적이고 명예적이고 낭비에 가까워도 칭찬받는다. 

벤처사업가인 김 대표는 베블런 시대라면 유한계급으로 취급받았을 것이다. 책을 구매하고 책 읽는 취미와 방법론을 가다듬는 일은 베블런이 가장 비판했던 유한계급의 시간/노력/금력의 낭비 그 자체다. 그러나 이 시대는 김대표의 행위를 우리도 추구해야 할 가치로 평가한다. 그는 기업가적 노력으로 회사와 직원들을 이끌며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독서 등으로 취향을 드러내는 일은 생산 계층의 생산적 행위가 되는 것이다.




김쌤의 소개글

소비자학고전강독에 딱 한 권의 책만 선정해야 한다면, 아마 이 책이 되지 않을까? 우리가 흔히 부유층의 졸부근성이나 소위 '명품' 소비의 과시성을 말할 때, 빼놓지 않고 인용되는 문헌이다. 매우 시니컬했던 바람둥이 경제학자 베블렌의 1899년의 주장이 2018년 한국에도 유효한지 읽어보자.


김쌤의 수업시간 코멘트

당시의 경제학자하면? 아담 스미스, 맬더스 등등 전부 영국 학자들이었다.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 느낌. 대학들의 발달로 경제학 발전하지만, 원조 영국에는 택도 없었다. 이때 혜성 같이 나타난 게 베블런. 제일 처음에 한 일은 유럽 경제학 까기였다. 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비우호적 입장이었다. 애덤 스미스가 자본주의의 힘을 믿은 것과는 대비된다. 또 경제학은 수학의 느낌이 있었는데, 베블런은 인류학적/역사적/철학적 등 포괄적으로 연구를 했다. 즉 행태경제학의 원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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