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 리뷰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박강아름과 그녀의 남편 정성만. 둘은 영화를 공부하고 싶다는 아름의 꿈을 좇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유학 도중 아이도 낳는다. 아내인 아름은 학교를 다니고 남편인 성만이 가사노동과 육아를 한다. 얼핏 보면 낭만적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매 순간이 어려움의 연속이다. 〈박강아름 결혼하다〉에는 이 과정의 고난함이 담겨있다.
사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매끄럽게 이어지는 작품은 아니다. 영화 참여자를 재현하는 방식의 윤리성, 자기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의 진부함 등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바로 이 어수룩한 지점에서 의미를 획득한다.
공부, 출산, 육아 등의 고된 노동을 프랑스라는 낯선 곳에서 해나가는 아름‧성만 부부는 시시때때로 갈등을 겪는다. 영화에는 사랑스럽고 유쾌한 순간만큼이나 긴장감 넘치는 장면도 많다. 고민하던 아름은 근본적 질문에 다다른다. '도대체 우리는 왜 결혼했을까?', '왜 나는 결혼을 그토록 갈망했을까?'
영화가 급격히 흔들리고 방향을 잃는 건 이 질문이 나오고 난 후부터다. 신혼부부의 삶을 담은 생활 밀착형 고난 이야기는 이 질문 이후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해 답을 찾으려 든다. 하지만 끝내 답을 찾는 데 실패하고 만다. 아름이 답을 얻기 위해 몇 쌍의 부부, 커플을 만나는 장면이 자아내는 지루함이 그녀의 실패를 대변한다. 아름은 자기가 혼란스럽다는 이유로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이 장면에서 영화의 ‘실패’는 본격화된다.
그러나 결혼의 의미를 탐구하던 아름의 실패는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의 마지막, 아름은 덩케르크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영화에 바다의 풍경을 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날씨가 문제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성만은 아프다는 이유로 내내 뚱한 표정이다. 아름이 기대하던 아름다운 여행은 없었다. 성만과 아름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지고, 카메라는 비에 젖어 점점 뿌예진다.
뿌연 카메라와 뾰로통한 얼굴. 이것이야말로 아름이 답을 갈구하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왜 수많은 갈등에도 결혼으로 묶인 둘 사이는 여전히 공고할까? 사람들은 이들과 같은 문제를 겪음에도 왜 결혼에 애착을 거두지 않을까? 왜 여전히 결혼은 미래 행복의 가장 중요한 선결 조건으로 여겨질까? 이 모든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 속에서도, 사람들은 결혼의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 걸까? 그 행복은 어떻게 결혼을 지속시키며 동시에 결혼을 교란할까?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이중 어떤 것에도 명쾌히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고민이 야기하는 혼란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박강아름 결혼하다〉의 의미가 있다. 우리는 아름의 태도에서 모두가 감당하고 있는 삶의 무게를 엿본다. 길을 잃었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건 박강아름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우리 모두의 은유다. 그녀가 혼란을 마주하고 고민하는 일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