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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Nov 15. 2021

미지의 과거, SF영화의 시간성

영화 〈백 투 더 퓨처 1, 2, 3〉

  ‘우리는 미래를 모른다’는 SF영화를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명제다. SF영화의 성취는 이 ‘모르는 미래’를 어떻게 채색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로운 기술과 문화로 채워진 영화 속 미래의 낯선 모습이 현재가 품은 가능성 중 하나일 수 있음을 여러 장치를 통해 설득해 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미래를 모른다’가 가능하려면 또 다른 전제가 필요하다. ‘과거는 알고 있다’가 그것이다. 많은 SF영화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것은 ‘익숙한 과거’ 대신 ‘낯선 미래’가 상상력을 펼치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과거를 겪었기에 알고 있다는 믿음은 이러한 판단의 배경이 된다.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가 지금껏 회자되는 건 이 믿음을 거스르는 방식으로 SF영화의 성취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고 가는 주인공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기는 과거를 새롭게 재의미화 한다.


괴짜 과학자 브라운 박사와 주인공 마티


  영화의 현재는 1985년이다. 시리즈 1편에서 주인공 마티는 괴짜 과학자 브라운 박사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1955년으로 돌아가 자기 또래인 부모님을 만난다. 꽉 막힌 엄마, 답답한 아빠를 또래 친구로 만난 마티는 부모에게 자신이 알지 못한 과거가 있음을 알게 되고 답답하게만 느꼈던 그들을 진심으로 돕고자 한다. 그리고 더 좋은 현재를 만들기 위해 그들과 교류하며 고군분투한 끝에 현재를 바꿔낸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라는 '당연한' 명제는 과거를 낯설게 보는 영화의 시도만으로도 긴장감을 자아내는 새로운 무언가로 거듭난다.


  영화의 재미는 마티가 '낯선 과거'를 마주하고 눈이 휘둥그레질 때 나온다. 마티가 과거를 마주하며 놀랄 때마다 영화의 몰입감도 커진다. ‘우리는 과연 과거를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짐으로써 〈백 투 더 퓨처〉만의 색다른 재미를 쌓아가는 것이다.


마티는 부모님과 가족, 자신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어그러진 미래를 바로잡기 위한 여정을 그린 2편에서도 과거의 중요성은 그대로다. 초라한 나날을 살아가는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마티가 향하는 건 이번에도 과거다. 영화의 일관된 메시지는 서부 ‘개척’ 시대인 1885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3편에서도 이어진다.


  이처럼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는 미래에 대한 어설픈 상상력, 상투적 설정 대신 현재와 미래의 토대가 되는 과거에 천착함으로써 SF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길어온다. 개봉한 지 30년이 훌쩍 지난 영화인 탓에 젠더‧인종 감수성을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가 여전히 그저 그런 SF영화보다 훨씬 신선한 자극을 주는 건 이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과거가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모른다.’ 과거는 끊임없이 재발견되며 미래의 자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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