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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Mar 29. 2022

아카데미가 주목한 두 편의 넷플릭스 단편

〈로빈 로빈〉, 〈베나지르를 위한 세 개의 노래〉

  넷플릭스의 〈로빈 로빈〉, 〈베나지르를 위한 세 개의 노래〉은 각각 2022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애니메이션상, 단편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올랐다. 최종 수상은 불발됐지만, 이들이 거둔 성취는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빈 로빈〉은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쥐 가족과 함께 사는 새 로빈의 모험을 그리는 이 영화는 원작의 모티프는 공유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미운 오리’는 자신이 오리가 아닌 백조임을 알고 난 후에야 행복해지지만, 로빈은 자신이 ‘새인 동시에 쥐’일 수 있음을 깨닫고 행복해진다. 정체성 혼란을 겪는 로빈에게 “넌 생쥐는 아니지만 생쥐란다”라고 말해주는 쥐 아빠의 말에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담겼다. 과거를 부정하고 진실된 자아를 찾고 나서야 행복해진 오리와는 달리, 로빈은 쥐 가족의 일원이라는 과거를 품으면서 자신의 새 정체성을 여기에 결합한다. 로빈이 관계를 통해 정체성 혼란을 통과하는 모습은 원작의 주제의식을 한층 더 심화시킨다. 훌륭한 재해석이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피난민 캠프. 샤이스타는 사랑하는 아내 베나지르에게 곧잘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주는 다정한 남편이다. 불안정한 정국에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는 샤이스타는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군에 입대해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 아버지를 비롯한 그의 가족은 이제와 학교를 다닐 수는 없다며, 탈레반의 보복이 두려워 군 입대 서류에 서명해줄 수 없다며 샤이스타를 단념시킨다. “진짜 싫다. 아프가니스탄 널 어쩌면 좋니?”라는 샤이스타의 말을 통해 그가 놓인 답답한 상황과 그럼에도 자기 조국을 사랑하는 그의 안타까운 처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영화의 결말이 참 슬프다. 4년 후, 샤이스타는 아편 농장에서 일하다 중독되어 한 재활센터에서 치료 중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과도 떨어져 지내고 있다. 아편은 학교, 군대를 꿈꿨던 샤이스타가 강한 거부감을 보인 일이었다. 아편이 언제 외국인에게 폭격당하거나, 탈레반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삶과 비슷한 선상의 일, 즉 죽음과 가까운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선택지가 부정당한 그는 결국 아편을 재배하는 일에 관여했고, 중독됐다. 아프가니스탄인을 위한 미래의 선택지는 더 다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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