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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Aug 02. 2022

'제11회 아랍영화제' 스케치

2022년 제11회 아랍영화제 리뷰

2022년 제11회 아랍영화제에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가버나움〉 등을 포함하여 다섯 편의 장편이 상영되었다. 그중 〈더 빌리지〉와 〈이집트 DJ 사와〉를 봤다. 두 편 모두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인상적인 영화였다.



더 빌리지

  과제 제출을 위해 ‘마녀’를 찾아 나선 대학생들. 그들은 단서를 좇아 지도에도 없고, 어딘가 기괴하고 야만적인 마을을 찾는데, 그곳에서 사람 목숨을 갖고 주술을 행하는 자들을 만난다. 튀니지 최초로 만들어진 장르영화라고 하는데, 감독은 북아프리카에서 실제 자행되고 있는 야만적 주술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에는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구해주러 온 할아버지가 기독교 기도문을 외우며 주술을 행하는 자들을 쫓는 장면이 있다. 이는 제국의 관점을 내면화한 영화가 잘 알 수 없는 대상(식민지)을 공포의 대상, '교화'의 대상으로 만들어온 것을 비틀어 차용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장면이다. 제국이 식민지를 소외시켜온 방식으로 식민지의 문제점을 드러내려 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집트 DJ 사와

  반정부 시위가 한창인 이집트에서 DJ 콘테스트가 열린다. 사미르는 대회에서 우승해 꿈에 그리던, 벨기에에서 열리는 국제 콘테스트 참가 자격을 획득한다. 그런데 유럽에서 비행기 파업을 마주쳐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피부색 때문에 난민으로 오인되어 경찰에게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영화는 사미르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중간중간 사미르의 서사를 이집트 민중의 저항 서사와 교차시키기도 한다.


  코미디 영화로는 웃음이 조금 약하지만, 그래도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피부색만으로 판별되는 난민/비난민의 구분이 얼마나 자의적인지, 두 범주의 경계를 규정하는 공적/국가 권력은 얼마나 우스운지에 관한 영화의 질문 말이다. 사미르에게 막무가내인 경찰도, 친절한 사회복지사도 모두 똑같다. 아무도 사미르의 말을 듣지 않고 그를 자기 말에 따라야 하는 수동적 대상으로만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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