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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Aug 01. 2022

'제22회 한국퀴어영화제' 톺아보기

2022 제22회 한국퀴어영화제 리뷰

제 22회 한국퀴어영화제에서 2편의 장편과 3편의 단편을 봤다. 자막의 질, 작품성이 아쉬운 영화도 있었지만 감각적이며 섬세한 작품도 있었다. 아래는 그에 대한 간략한 리뷰.



날 유명하게 해!┃Make me famous┃장편

  에드워드 브레진스키. 퀴어, 노숙자 등의 이질적이면서도 친연적인 집단이 함께 거주한 로워 이스트 사이드 출신의 게이 예술가. 비슷한 환경에서 작업했으나 키스 헤링, 바스키아 등과 달리 부각을 나타내지 못한 예술가. 에이즈, 마약 등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 작업을 진행했던 예술가. 폐결핵으로 유럽의 한 호텔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졌으나 사망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존설이 돌았던 예술가. 명성을 갈구했으나 '고작' 부유한 웨이터가 자신의 주요 후원자였던 데 분노했던 예술가. 설치 미술의 일환으로 전시된 도넛을 먹어버린 일화로 남다른/확고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선보였던 예술가. 죽은 지 한참 후인 2007년에야 뉴욕 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전시된 예술가. 생전에 마땅히 받았어야 할 관심을 받지 못한 예술가. 술을 마시면 괴팍하게 변해 변덕을 부리며 주변인을 위협하기도 했던 예술가. 동료,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당시 자료로 복원되어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뉴욕 예술의 중요한 일원이었음을 뒤늦게 인정받은 예술가. 지끈거리면서도 매력적인, 매혹을 잃지 않는 예술가를 기리는 다큐멘터리.     



눈동자 너머┃Two eyes┃장편

  세 시대의 퀴어 사랑을 계보화하는 영화. 첫 번째는 개척시대가 배경으로 선주민 마을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 화가와 그를 가이드해준 선주민 남자 사이의 사랑이다.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다양한 젠더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도 한다. 두 번째는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 수줍음 많은 백인 소년이 솔직하고 당당한 흑인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자기 내면의 퀴어성을 발굴한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자살 충동을 겪는 퀴어 소년과 그를 위로해주는 선배 퀴어가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의 원제는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퀴어라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세 시대의 사랑을 엮어내는 영화의 다소 작위적인 시도, 이젠 익숙해져버린 퀴어 재현을 짜깁기한 듯한 느낌 등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날의 허무┃Thing among day┃단편

  클럽 바텐더로 일하는 평범한 몸매와 얼굴의 게이 남성. 아버지는 타투한 그의 몸을, 학교 공부를 하고서도 웨이터로 일하는 그를, 독립을 선언하고도 방값을 빌려달라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데이팅 앱으로 만난 원나잇 파트너와 랏슈를 사용하며 쓰리섬을 즐기는 주인공. 그러나 이런 만남마저 그에겐 위안이 되어주지 못한다. 그들이 자꾸 원치 않는 촬영을 강요하기 때문. 게이가 느끼는 일상적 공허함의 단편을 포착한 영화.  



고양이 밥시간┃I should feed my cat┃단편

  중년의 게이 남성인 주인공은 데이팅 앱으로 원나잇 상대를 모색한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만나러 간 남자는 언젠가 그룹 섹스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영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약물을 사용하는 켐섹스를 즐기는 그는 남자의 애정을 갈구하고, 남자는 마지못해 응한다. 그러고는 그의 집을 나오자마자 앱에서 상대를 차단한다. 공허한 상태로 도착한 도시의 어딘가. 사실 그곳은 주인공이 일부러 전 애인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찾아간 곳이었다. 초라한 자신과 달리 잘 나가는 그를 보며 그의 공허함의 깊이는 더해진다. 결국 집에 도착해 밥을 많이 했다는 핑계로 친구를 초대하는 남자. 그리고 그의 어깨 위의 고양이. 고양이는 오늘 하루 남자가 곤란한 상황에 있을 때마다 적당한 핑계가 되어주었다. 더 있어 달라는 원나잇 파트너,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전 애인의 마뜩잖은 요구를 들을 때마다 ‘고양이에게 밥을 줘야 한다’는 핑계를 댔던 것. 그러나 사실 이는 핑계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만이 그를 진정으로 위로해주었기에.     



무명의 남자┃L’homme Inconnu┃단편

  한적한 바닷가로 휴양을 떠난 중년의 남성 소설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젊은 이성애 커플. 소설가는 젊은 남자를 관음하며 소설의 영감을 얻고 활기를 되찾는다. 젊은 여자를 살해하고 젊은 남자를 독점하기도 한다. 사랑과 일 두 영역에서 모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환상이었을까? 학교로 돌아온 남자는 과거의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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