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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Sep 27. 2022

[DMZ DOCS] 로드킬 동물에게서 자신을 본 여자

〈타국의 하늘〉 리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타국의 하늘(Foreign Sky)

US, Japan/2005/72min/금선희 감독 작품     


  당신이 길거리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을 본다면 어떤 행동을 할까?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돌릴 수도 있고, 잠시나마 애도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타국의 하늘〉을 연출한 금선희 감독은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한없이 동물의 사체를 바라봤다. 동물의 사체에게서 자기 자신과 그가 속한 집단의 운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금선희 감독은 재일조선인 3세다. 가난한 소작농이었던 그의 증조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먹고 살기가 낫다는 소문을 듣고 1920년대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간도 대지진이 일어났고,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고 의심받아 수없이 살해당했지만, 증조할머니는 다행히 이 비극을 비켜 갔다. 해방 후에는 200만 명의 재일조선인 중 70만 명이 일본에 남았다. 남은 자들은 쓰레기장에서 살며 고철을 모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들이 판 고철은 무기가 되어 한국전쟁 중인 남한에 수출되었다 한다. 먹고살기 위해 한 일이 동족을 목숨을 겨냥한 지독한 아이러니로 이어진 것이다.     



  재일조선인은 특유의 근면함으로 ‘조선 특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일본의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그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재일조선인은 남한과 북한 중에서 국적을 선택하라고 강요받았고, 이를 거부한 사람들의 국적은 사라진 나라 ‘조선’으로 표기되었다(심지어 일본과 대립했던 북한은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자녀도 ‘외국인’으로 남았다.     


  조선에서 왔고, 일본에서 정착했으나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재일조선인에게 손을 내민 건 북한 정권이었다. 일본에서 학교 폐쇄 등의 탄압을 겪던 이들은 북한의 도움으로 학교를 건설하고 ‘민족’ 교육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재일조선인 아이들이 ‘김일성이 영원히 젊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노래를 기꺼이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항상 차별만 받다가 10일간의 북한 여행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맛보았다는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재일조선인이 기댈 유일한 구석이었다.     


  그러나 재일조선인의 북한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일본이 보도하는 악마화된 북한의 모습과 공존할 수 없다. 금선희는 지독한 혼란에 시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선인 학교 규정으로 치마저고리를 입고 다니던 그는 이중의 분노를 느꼈다. 첫 번째 분노는 치마저고리를 경멸하듯 쳐다보는 일본인을 향하고, 두 번째 분노는 여학생에게만 민족의 옷을 입힌 학교를 향한다. 금선희는 두 번의 분노로 ‘재일조선인’인 동시에 ‘여성’인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했다.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관한 고민은 그가 미국 유학을 택한 계기이기도 했다. 요컨대 금선희는 복수의 억압된 정체성에서 오는 지독한 소외를 자기 성장의 자원으로 삼았다.     



  이제 우리는 왜 금선희가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에서 자기 자신과 재일조선인의 모습을 동시에 봤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금선희와 도로 위 동물 모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단단하게 자리 잡은 길 위에 던져진 연약한 존재다. 가해자는 그들의 존재를 기억조차 못 한다.     


  때문에 동물의 사체를 도로 옆 땅에 묻어주는 금선희의 행위는 동물을 애도하는 일인 동시에 자기 자신과 재일조선인 모두를 애도하는 일이다. 이제 남은 건 길을 만든 사람, 길 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몫이다. 가해자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아가는 동안 피해자는 자신의 슬픔을 모두를 위한 윤리로 확장하여 질문을 던졌다. 이미 부패가 시작된 동물의 사체는 길 위에 끈적끈적한 흔적을 남겼다. 동물의 사체가 길 위에 남긴 흔적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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