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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Apr 20. 2023

남성의 삶과 운명에 관한 슬프고도 잔혹한 은유

〈대부 1, 2, 3〉 리뷰


  한 마피아 가문의 일대기를 다루는 〈대부 1〉, 〈대부 2〉, 〈대부 3〉은 ‘남성의 삶과 운명’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자의든 타의든 ‘아버지의 세계’를 물려받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끌고 가려다 실패하고 끝내 허무해지는,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세계’라는 권위를 다시금 공고히 하는 남자들의 삶 말이다. 즉, 〈대부〉 시리즈는 남성들의 세계가 어떻게 영속되는지에 관한 장대한 누아르다.


  그 모든 시작은 마피아 가문을 일군 비토에게서 시작된다. 이탈리아에서 평범하게 살다가 지역 마피아에게 가족이 도륙당하고 미국으로 넘어온 비토는 미국에서 성실한 시민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난 또 다른 마피아에게 상납하고 남는 돈 가지고는 더 좋은 미래를 상상하기가 어렵다. 이에 비토는 대담한 결단으로 마피아를 살해하고 자신이 그 빈자리를 차지한다.



  이후 비토는 수십 년간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하여 미국에서 손꼽히는 마피아로 거듭난다. 마이클은 비토의 막내아들로 다른 형제들과 달리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데 별다른 관심이 없다. 조국을 위해 군대에 입대하고, 대학에서 공부하는 마이클은 분명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아버지가 다른 마피아에게 피습당하고 다혈질이거나 무능한 형제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마이클은 조금씩 가문의 일에 자아를 잠식당한다. 자신이 의지만으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자각하는 것이다.


  결국 마이클은 아버지의 길을 걷기로 한다. 그러나 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을 추구한다. 폭력과 협박을 주로 활용했던 과거와 달리 가업을 '합법적 기업체'로 변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과정은 녹록지 않고 모순의 연속이다. 마이클은 자신이 조직의 수장이 되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가문의 정적을 냉혹하게 처리함으로써만 ‘합법적’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합법’을 향한 마이클의 갈망이 강할수록 그 과정의 폭력도 커지는 역설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건실한 청년 마이클이 가졌던 인간적 특성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사업 관계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가 점차 피폐해져간다.



  마이클은 끝내 자신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다. 마피아 조직을 거대 기업체로 전환하기 위한 오랜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하기 직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누적된 모순 역시 폭발해버리기 때문이다. 가족들과의 거리는 너무 멀어졌고, 마이클이 추구한 ‘합법적 사업체’ 역시 마피아식 거친 방법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한다. 결국 마이클은 자신이 지난 수십 년간 그토록 노력했던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죽은 형의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문제는 이 모든 게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마이클이 운명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가장 아끼는 가족을 희생해야만 했고,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노구의 마이클의 표정은 헛헛하고 처량하기만 하다.


  이처럼 마이클은 아버지가 남긴 과제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버둥댔으나 그 무엇도 해결하지 못한 채 무대에서 떠난다. 영속되는 아버지/남자들의 세계는 개인의 의지로 거스르기에는 너무도 강한 흡인력을 가졌고, 바로 이런 이유로 개별 남성들의 에너지를 착취하여 스스로를 지탱한다. 다시 한번, 〈대부〉 시리즈는 남성의 삶과 운명에 관한 슬프고도 잔혹한 은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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