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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Jun 08. 2023

자전거 타기가 이렇게 급진적인 운동이었다니!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자전거 vs 자동차〉


자전거 VS 자동차(Bikes vs Cars)

프레드릭 게르텐 감독

Sweden/2015/91min/Documentary          


  교통체증, 기후위기, 주차 공간의 문제……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야 하는 이유는 많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교통 체계는 사람이 아닌 차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이러한 경향은 점차 가속화되는 중이다. 자동차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정치권 로비를 가장 활발히 하는 업계 중 하나다. 자동차 산업은 광고에도 많은 돈을 쓴다. 부자, 싱글, 젠더 정체성, 실용성, 환경 친화적, 가정적인 이미지 등등 자동차 광고는 ‘너도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어. 자동차로 네 자아를 표현해봐’라고 유혹한다. 자동차는 실용성만큼이나 그 상징적 의미(중산층)가 강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전 세계 대도시 중 교통체증 문제를 겪지 않는 도시는 거의 없다. 이렇게 본다면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많은 사람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는 일이 ‘재앙’일지도 모른다. 생활수준이 향상된 사람은 너도나도 자동차를 살 것이기 때문이다. 계급 정치 측면에서의 좋은 일이 (자동차가 야기하는) 기후위기의 측면에서는 정 반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와 자동차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의도치 않게) 꽤 급진적인 주장으로 자연스레 나아간다. 우리의 자본주의적 상승 욕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빈곤 해결이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지는 지옥이 펼쳐질 뿐이다.


  영화는 상파울루, LA 등 전 세계 대도시의 자전거 활동가 이야기 담는다. LA 사례가 특히 흥미롭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는 LA 시민 20퍼센트가 자전거로 출퇴근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집 근처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1900년대의 LA는 자전거의 천국이었다. 그러나 교외화가 이루어지고 도심과 교외를 잇는 고속도로 건설이 본격화되면서(이는 자동차 업계의 숙원사업이었다) LA에서 자전거의 공간이 사라져갔다. 자전거뿐만이 아니다. 1960년에는 마지막 전차가 없어지고, 도시 곳곳을 이어주던 전차 인프라는 순식간에 고속도로로 탈바꿈되었다. 넓어진 고속도로로는 더 많은 차가 유입되었다. 멈출 수 없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코펜하겐의 사례는 정반대의 의미에서 흥미롭다. 여기서는 자동차 운전자가 거리를 지옥이라고 느낀다. 인구의 40퍼센트가 자전거로 통근하기에 도로가 온통 자전거 천국이기 때문이다. 코펜하겐의 자전거 통근자가 미국 전체의 자전거 통근자보다도 많다고 한다. 게다가 코펜하겐은 강력한 자전거 장려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코펜하겐의 한 택시 기사가 익살스러운 음악을 배경으로 자전거 운전자를 욕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더불어 자전거가 중심이 되는 도로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집과 직장이 자전거로 이동할 만큼 가까워야 한다. 자전거가 도로의 중심이 되려면, 우리의 생활공간은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이렇게 다시 한번, 자전거 타기는 꽤 급진적인 정치적 요구를 담는다. 자전거를 탐으로써 우리가 거슬러야 하는 욕망과 생활양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6월 1일부터 7일까지, 메가박스 성수에서 진행되며 온라인 상영이 병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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