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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Aug 28. 2023

[SWIFF] HIV감염인, 성폭력 피해자의 미래 모색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2022), 〈위민 토킹〉(2022)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How to Tell a Secret

애나 로저스, 숀 던/아일랜드/2022/99min/‘퀴어 레인보우’ 세션

오늘날 아일랜드의 HIV 감염인들의 삶과 경험에 대한 강렬한 고찰을 담은 영화. 당사자 발화 예술과 사회적 낙인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다큐멘터리이다.(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전염병은 HIV가 아닌 침묵


  HIV 감염인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목소리보다 이를 억누르고자 하는 목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감염인의 목소리를 더 널리 알릴 방법을 고민한다. 진짜 전염병은 HIV가 아닌, HIV 예방과 HIV 감염인의 삶을 돕기 위한 정보의 유통을 가로막는 침묵이기 때문이다. 한 남성 동성애자 HIV 감염인의 서사를 흑인 여성이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대목을 보자. HIV가 게이 남성만의 문제라는 편견은 아프리카/여성 감염인의 문제를 비가시화한다. 즉, 이 장면은 서로 다른 HIV 감염인의 서사를 교차시켜 두 존재 모두를 환기하는 예술적 전략으로, 서로 다른 HIV 감염인의 삶을 재현한다. HIV 감염인들은 “에이즈로 죽을 거다”라는 무지 섞인 혐오 속에서도 ‘HIV와 함께 살아가고(People living with HIV/AIDS)’ 있다.          



위민 토킹/Women Talking

세라 폴리/미국/2022/104min/‘새로운 물결’ 세션

고립된 종교 공동체 마을에서 사는 여성들은 마을 남성들이 저질러온 연쇄 성범죄의 끔찍한 실상을 알게 된다. 용서를 강요하는 마을 장로들이 도시로 떠난 동안, 여성들은 공동체의 대책을 논의하러 헛간에 모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리엄 테이브즈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2020년 제95회 아카데미상 최우수각색상 수상작.(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상력과 연기력과 반비례하는 이야기 구성


  실화에 모티프를 얻은 소설 원작의 영화. 볼리비아의 한 메노파 공동체에서 여성들이 몽롱한 상태로 부상당한 채 깨어나는 일이 반복된다. 마을 남자들이 동물용 마취제를 활용해 성폭행한 것이 원인이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격분하지만, 주교들은 용서를 강요하거나 사건 자체를 망상 취급한다. 마을의 남자들은 체포된 남자의 보석금을 내주기 위해 단체로 도시로 떠나기까지 한다. 여기서부터 소설(그리고 영화)의 상상력이 시작된다. ‘그대로 머물기, 싸우기, 떠나기’의 세 선택지를 두고 여성들 사이의 토론이 시작된다. 헐거운 영화 구성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처를 보듬고 서로를 존중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여성들의 의지를 빚어낸 상상력은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며 종종 〈12명의 성난 사람들〉이 떠올랐다. 21세기 페미니즘 버전으로 이 영화를 만든다면, 아마 〈위민 토킹〉과 닮은 형태일 것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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