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wr Jan 18. 2021

결국 사그라질 예술가들에게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2005)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이다. 한 무명 예술가의 처절하고도 치열한 기록은 우리에게 예술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고민케 한다.


   고흐는 대상 “특유의 분위기”를 포착하고자 했다.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림이 고흐의 지향이었다. 언어화할 수 없는 대상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을 그림에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고흐는 돈이 없었다. 물감을 살 수 없었다. 계속 그림을 그리기 위해 테오에게 돈을 부쳐달라고 부탁해야 했고, 남들의 멸시를 견뎌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림을 소명으로 삼음으로써 온갖 어려움을 버텨냈다. 늘 일반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는 우울함에 시달렸지만 “편안한 생활” 대신 “나를 지배하는 열정”에 따라 살기로 결심했다.


나도 무엇인가에 적합한 인물이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쓸모 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흐는 힘든 현재를 묵묵히 견뎌낸 후 도래할 미래를 고대했다. 특유의 집요함과 성실함으로 세상에 대한 자신의 쓸모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테오가 보내준 돈을 언젠가 갚겠다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심지어 정 못 갚겠으면 “내 영혼을 주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그의 굳건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고흐는 노력에 대한 보상을 사후로 미뤘다. 자신이 “패배한 싸움”을 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자책감”은 점점 깊어졌다. 결국 고흐는 자살했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빛나는 명예는 그의 것이 아니었고 삶은 철저히 그를 외면했다. 그의 쓸쓸한 죽음은 묻는다. 예술을 계속할 것이냐고.



  덧. 생의 마지막 즈음, 고흐는 “우리가 사회에 대항하고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만한 근거지”를 희망했다. 고흐가 살아있는 동안 오직 테오만이 고흐의 근거지였다. 테오의 헌신은 절대적이었지만 동료, 후원자, 비평가, 판매자, 유통가, 지지자의 역할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 조금은 벅찼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과학으로 무장한, 이야기의 탄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