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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Feb 06. 2021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죽음을 연장하기

〈코코〉(2017), 넷플릭스 영화 〈더 디그〉(2021)

  죽음과 기억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는 물리적 생명력을 다할 때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힐 때 죽는다. 기억으로 인해 죽음은 물리적 차원의 사건이기를 그친다. 죽음과 기억을 다루는 두 영화 〈코코〉와 〈더 디그〉는 죽음을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코코〉의 주인공은 음악이 금지된 집안에서 음악가를 꿈꾸는 소년이다. 고조할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음악을 택한 후, 고조할머니는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음악을 엄격히 금했고 신발 만드는 일을 가업으로 삼았다. 멕시코에서 가장 큰 명절인 죽은 자들의 날(Día de los Muertos), 소년은 우연한 계기로 망자의 세계에 들어가고, 숨겨진 가족의 진실을 발견하며, 가족의 기억에서 배제됐던 고조할아버지의 영혼과 화해함으로써 음악을 향한 자신의 진지함을 증명해낸다.



  〈코코〉가 죽음과 기억의 관계를 가족과 꿈의 차원에서 다뤘다면,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 〈더 디그〉는 이를 시대와 역사의 문제로 확장한다. 영국의 고고학자인 배질 브라운은 한 여성의 의뢰로 그녀의 사유지에서 발굴을 시작한다. 그곳엔 암흑시대로 불렸던 6세기 앵글로색슨족의 유물이 있었다. 영화는 이 과정을 잔잔한 감동을 담아 좇는다.


  브라운의 발견은 2차 세계대전이 막 발발할 때쯤 이루어졌다. 거대한 죽음을 초래할 현재의 전쟁은 이제 곧 생생하게 복원될 과거와 교차한다. 이 극적인 대조는 죽음과 기억의 관계가 때로는 허무하게, 때로는 경이롭게 맺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를 결정하는 책임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다는 무거운 진실과 함께. 〈더 디그〉를 보고 나면, 우리는 어떤 기억의 단초를 미래 세대에게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고작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일에 우리가 그토록 열심이었다고 하기엔 너무도 부끄럽지 않은가.


  〈코코〉와 〈더 디그〉가 기억의 대상으로 삼은 건 가족과 선조다. 자칫 보수 정치학에 동원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언급했듯이, 어떻게 죽음을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가족과 선조를 기억하는 일이 보수적 가족주의와 민족주의의 근거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건 슬픈 일이다. 다만 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우리가 죽은 자를 소중히 기억한다면 기억은 결코 고정된 채 박제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삶처럼 놀랍도록 생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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