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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Feb 07. 2021

좀비물로 보는 촛불혁명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1, 2〉(2019~2020)

〈창궐〉, 〈킹덤〉 그리고 촛불

 

 양난 이후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좀비물 〈킹덤〉. 세자 이창은 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전염병을 만들어낸 조씨 가문에 맞서며 백성과 함께하는 리더로 거듭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바로잡을 힘을 눈앞에 둔 결정적인 순간에 멈춘다. 혁명 이후에는 혁명 이전의 낡은 사회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 왕위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혁명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혁명 이전의 세계로부터 그 어떤 유산도 상속받지 않은 자가 전면에 나설 때 완성된다.


  이것이 〈창궐〉(2018)과 〈킹덤〉의 다른 점이다. 비슷한 설정을 공유하는 〈창궐〉에서는 기존 권력의 안티테제로써 선함을 확보한 세자가 왕위에 오르지만, 〈킹덤〉에서는 아무런 정치적 부채가 없는 아이가 그 자리에 오른다. 조선의 세자 이창이 살부殺父를 통해 과거와의 단절을 명확히 선언했음에도 그렇다. 혁명을 이끈 사람들은 자신만 옳다는 과잉 자의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리라. 〈창궐〉과 〈킹덤〉은 모두 촛불 이후에 나왔다. 둘 사이의 정치적 메시지 차이가 꽤 흥미로웠다. 〈킹덤〉이 옳다면, '촛불 정신'은 다른 사람이 계승했어야만 했다.



좀비가 인간보다 나은 점


  좀비물의 가장 강력한 추동력은 좀비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있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좀비물이 그 애매한 경계에서 파생되는 질문과 씨름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서울역〉, 〈부산행〉(2016)에서처럼, 자본주의가 폭주하는 사회에서 좀비는 대개 계급적 은유를 띤다.


  〈킹덤〉에서는 신분이 좀비와 인간의 경계를 가른다. 빠르게 스쳐갔지만 강렬했던 장면이 있다. 역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초창기, 낮에 잠든 좀비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양반 아들을 불태울 수 없다는 한 노모의 말에 관료들은 비단옷 입은 시체와 누더기를 입은 시체를 구분하여 처리하기로 한다. 좀비는 신분을 차별하지 않지만, 인간은 시체조차 차별한다. 좀비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아이러니는 좀비를 비인간으로 규정하는 우리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아무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좀비가 인간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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