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에 떠오른 생각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하여

by 정상연

나는 국방의 의무를 보건소에서 수행했다.

정식 명칭은 '공중보건의'로서 시골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 진료를 보는 일이었다.


특이하게도 나는 제주도에 배치되었다.

물론 내가 신청해서 당첨된 지역이었지만,

육지로 나갈 때에는 꼭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불편한 점도 분명 있었다.


복무 기간은 36개월인데, 그동안 김포와 제주를 이어주는 비행기를 30번은 탔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두근거리는 비행기 탑승이

내게는 일종의 벌칙 같은 개념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평화로운 공중보건의 생활 중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던 날이 있었다.

그날도 주말을 맞아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김포행 비행기를 탑승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50분가량의 비행이 끝나갈 무렵

김포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려던 우리 비행기는 갑자기 균형을 잃으면서 요란하게 움직였다.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았던 것 같은데,

'콰광'하는 소리와 함께 비행기는 갑자기 다시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기내에는 비명과 울음 소리가 가득했고, 이윽고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비바람 탓에 착륙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회항 후 재착륙을 하겠다."는

다소 차가운 기장님의 목소리였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머리카락에서부터 발톱 끝까지 두려움으로 난리가 났는데,

오히려 머릿속에는 딱 한 가지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동안 내가 잘해주지 못한 주변 사람에 대한 미안함'


그저 나는 미안했다.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 친척들에게 미안했다.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여자친구에게 미안했다.

보건소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심지어 우리 집 강아지 초롱이에게도 미안했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우리 비행기는 이윽고 두 번째 착륙시도를 했다.

허무하게도 너무나 매끄럽게 착륙에 성공했고

승무원과 승객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할 뿐이었다.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 코앞에까지 다가갔던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다.


하지만 나에게 그날의 비행은 내가 무엇을 잘못하며 살고있는지 깨닫게 해준 귀중한 경험이었다.


나는 그동안 주변 사람에게 잘 대해주지 못했다.


80년 인생을 다 살고나서 죽기 직전에서야

이 사실을 인지하고 뒤늦은 후회한다면

그 얼마나 죽을만큼 슬픈 상황이겠는가?


나는 그 이후로 주변에게 잘 대해주려고 노력한다.

인생의 마지막 날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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