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대하여
어린 시절 나는 선수촌에서 자랐다.
태릉이나 진천 같은 진짜 선수촌은 아니었고,
우리 부모님의 훈육 방식이 선수촌과 같았다는 말이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야했고,
쉬는 것은 사치였고,
죽을힘을 다해서 사회적 성공이라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갈아넣는 삶을 강요받았다.
요즘은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 큰일나지만,
라떼만 해도
이런 집들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나름 효심이 있던 나는
하늘 같은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기가 어려워서
선수촌에서 뺑뺑이도는 육상선수처럼 열심히 나를 갈고닦았다.
부모님께 서운했던 점도 많지만, 넓게 보면 감사하다.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그래도 한의사 면허까지는 땄으니까.
다만 내가 너무 쌈닭같이 뾰족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 한이었다.
누구든 첫 대면한 사람은 모두 경쟁자로 보였다.
그 사람을 이겨야했기에, 단점 혹은 약점을 찾는 데에 온 신경이 쏠렸다.
결국 친구를 사귀는 것은 내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내 문제를 깨닫게 되기까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다.
책을 한 100권은 읽고 나서야 내 문제를 자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쌈닭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의 대상으로 여기면
세상이 나를 외면하더라.
치열한 입시 전쟁에 임하는 표독한 태도를 버리지 못 한 채 잘못 살아왔지만,
이제는 따뜻한 마음으로 잘 살아봐야하지 않을까?
그 후로 나는 의식적으로 세상을 사랑하면서 살았다.
지하철 탈 때 옆에 서있는 아저씨
내가 자주 찾던 식당의 사장님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내 친구
해외 카페에서 만난 관광객
모두를 선한 마음으로 사랑했다.
요즘은 다들 나보고
얼굴이 많이 폈다고 한다.
유머도 늘었다고 한다.
아내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한다.
세상을 사랑하니까
결국 내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느낌이다.
수지맞는 장사다. 더 사랑을 나눠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