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저우(福州)는 인구 약 800여만의 도시로 중국의남부에있는 푸젠성(福建省)의 성도(省都)다. 2005~6년 당시에 푸젠성 지역 시장은 우리 회사의 광저우 법인에서관할하고있었는데, 푸저우에 중국어로는판사처(辦事處)라 불리는 광저우 법인 산하 지점이 있어광저우 법인 근무 시 출장을 갔던 적이 있었다.
당시 푸저우에 2박 3일 정도 체류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3일이나 되는 그 기간 그곳에서 뭔가 꽤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15년 여가 지난 지금 기억해보면 생각나는 것은 딱 두 가지밖에 없다. 바로 '헤이처'와 '달밤의 체조'다. 이 두 가지이외에는 업무적인 것포함해 그곳에서 뭘 했는지, 뭘 봤는지, 왜 갔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때로는 지나간세월과 함께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인간의 기억이 놀랄 만큼 허망한 것같기도 하다.
(푸저우 소개 블로그)
※ 블로그 속사진들이 2006년 사진들이니 내가 푸저우를 방문했던 시기와 비슷하다. 그 당시의 푸저우 모습이다.
푸저우 판사처가 광저우 법인 산하 조직이기는 했지만땅이 워낙 넓은 중국인지라 광저우에서 푸저우까지 거리는 서울 부산 간 거리의 약 2배 가까이 될 만큼 멀다. 따라서 차량을 이용해 가기는 어려웠고 항공기를 타고 이동했다.
당시 푸저우 방문이 내게는 첫 방문이었는데 당시에도 역시 중국어를 충분히 구사하지 못하던 시절이라 출장길이 다소 부담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같이 가는 주재원 동료가 중국 근무기간만도 10년이 넘었고, 또 중국어도 현지인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완벽하게 구사할 정도여서 그 동료만 굳게 믿고서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푸저우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당시 중국에서는 너무도 흔했던 일이었지만, 그날도 역시 광저우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는 예정보다 훨씬 더 늦게 출발해서, 당초에는 저녁이 되기 전에 푸저우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는자정이 넘어서 푸저우 공항에 겨우 도착했다.
통상 현지에 판사처 같은 회사조직이 있는 경우 주재원이 출장 가면 현지인 직원들이 차를 갖고 공항에 마중 나오는 것이 관례였다. 객지에서의 이동상편리함과 안전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해서였다. 하지만 이번 출장길은 함께 동행했던 동료가 푸저우에 너무도 자주 출장을다녀서 지리 등 현지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굳이 판사처에 연락해 공항에 나오게 할 필요 없다고 해서 우리끼리 알아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자정이 넘은 야심한 시간에 공항에 도착을 했지만, 공항에 우리들을 마중 나온 현지인 직원은 아무도 없었고, 우리가 스스로 알아서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이동해야만 했다. 그런데 자정이 넘은 심야였음에도 다행히 택시 타는 곳에는 여전히 매우많은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있었고 덕분에우리는 바로 택시를탈 수 있었다. 항공기는연착했지만 그나마 여기까지는 운이 좋았던셈이었다.
공항에서 우리가 숙박할 호텔이 있는 푸저우 시내까지는 약 40km 정도의 멀지 않은 거리라 차도 막히지 않는 그 늦은 시간에 택시로 이동하면 약 30여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런데 공항이 시내에서는 그다지 멀지 않았음에도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보니 가로등도 거의 없고 주택이나 인적 또한 매우 드문 꽤 한적한 지역이 바로 시야에 들어왔다. 도심은푸저우도 광저우처럼 번화했지만, 푸저우 총인구가 광저우 인구의 반 수준인데 반해 푸저우 면적은 광저우보다 오히려 60% 정도 더 넓으니 도심이 아니면 그렇게 한적한 곳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중국을 너무나도 잘 아는 동료를 여전히 굳게 믿고 있기는 했지만, 자정이 훌쩍 넘은 한밤중에 외국인 단둘이 그렇게 한적하고 컴컴한 길을 주행하는 택시 안에 있다 보니 슬슬 겁이 좀 나기도했다. 그런데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정말로겁을 내야만 할 사건이 결국 실제로터져버렸다.
택시가 공항 출입구를 막 벗어나자 택시 기사가 차를 잠시 세우고 밖으로 나가더니 차 위로 손을 쭉 뻗어 차 위에 붙어 있던 뭔가를 '뚝' 떼내 운전석 옆으로 던져 넣었다.그런데자세히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택시 표시등이었다. 택시로 알고 탔는데 택시라는 표식이 순식간에없어졌고우리들은결국 택시가 아닌어떤 차에 올라탄 셈이었다. 도대체이게 무슨 상황인가 잠시 혼란스러웠는데 답은 뻔했다. 그 차는 정상적인 택시가 아니라 '헤이처(黑車)'였던 것이다.
한국어에서도 흑색은 '흑색선전'과 같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범죄조직을 흑사회(黑社会)라고 하고 뇌물을 흑전(黑錢)이라 하는 것처럼 흑색은 역시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헤이처(黑車)'라 불리는 차량도 마찬가지였는데 정상적인 영업 허가가 없는 무면허 택시들을 지칭하는 말이 바로헤이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무면허 헤이처를 탔다가 강도를 당하는 등의 봉변을 당하는 사고도 적지 않았던 터라 전혀 의도치 않게 헤이처에 탑승하게 된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베이징이나 광저우에서 이미 수많은 '헤이처'를 봤고 또 정상적인 택시를 잡기 어려울 때는 실제 그런 헤이처를 이용해 본 경험도 몇 차례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와 당시 상황은 크게 다른 점이 있는데, 그때는 사전에 '헤이처'임을 인지하고 탑승했던 경우이고, 이날은 택시 표식까지도붙어 있어 당연히 정상적인 택시로 알고 탑승했는데 그 후 알고 보니사실은 그게 아니고'헤이처'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경우였다.
생소한 객지에서그런상황에 처하게 되었으니걱정이되지 않을 수 없었고 같이 있던동료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내려야만 하는 것 아니냐고 기사가 알아듣지 못할한국어로 물었다. 그 동료는 별 일 아니라고 답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말투나 표정을 보니 그 역시 이런 경우는 처음 겪었는지당황해하는 기색이역력했다. 이러다가갑자기 차를 세우고 불쑥 택시기사 일당들이 나타나서 강도 짓을 하거나 우리를 어딘가로 납치해 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나 내 동료나 긴장하는 분위기는더욱 뚜렷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그 동료나 나나 마치 서로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호탕하게 대화하고 웃기 시작했다. 만일택시기사가 범죄를 저지를계획을 갖고 있었다면 우리는 이렇게 겁이 없고 또 호탕한 사람들이니 웬만하면 포기하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렇게 연기를 부지런히 반복하고 있던 사이에 택시는 점차 네온사인이 밝은 시내 도심에 접근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우리가 투숙할 호텔 앞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는 전혀 아무런 봉변도 당하는 일 없이 무사히 택시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들어갔다. 결국 쓸데없는 걱정을 했던 셈인데, 워낙 특이한 헤이처를 경험한 경우라서 그 당시에는 그럴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후에도 한동안 중국주재 생활을 더 했지만, 그런 착탈식 택시 표시등을 부착한헤이처를 타 본 것은 그날의 경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오랜 시간이 경과한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그때 경험을 글로 옮기지만 지금 생각해도 당시에는 꽤 긴장했었다. 상상해 보시라, 예를 들어 베트남 같은 곳에 여행을 가서 택시를 탔는데 타고나니 기사가 택시 표시등을 '뚝' 떼어버린다면 그것도 한밤중에 인적조차 없는 한적한 거리에서....
땅도 워낙 넓고 인구까지 워낙 많으니 참 기발하고 특이한것도 많았던 곳이 중국이었던 것 같다.
[ 달밤의 체조 ]
한편 공항에서 그 잊을 수 없는 택시를 타고 나오면서 묘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가로등도 별로 없는 어두운 도로 위를 달리던 중 길가의가로등 바로 아래에서 어떤 여인이 달밤에 홀로 열심히 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집안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도로 옆에 조명이 잘 되어 있는 가로등 아래서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마치 자신을 좀 보라는 듯이 혼자 그렇게 체조하는 모습이 너무도 특이해 같이 간 동료에게 물었더니 그는 그 여인은 몸을 파는 여자라고 했다.
즉, 그렇게 혼자서 가로등 아래 눈에 잘 띄는 곳에서 열심히 체조를 하고 있는 것은 나는 몸 파는 여자란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그것을 보고 관심이 있는 운전자는 차를 세우고 그 근처에서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도 매춘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중국에서 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도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차에서 성 매매를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나중에는 없어졌지만 2000년대 초 영국 잉글랜드 북부의 시골 마을에 우리 회사의 해외 공장이 운영된 적이 있었다. 그 시절 그 공장에 출장 갈 일이 있었는데 매우 한적한 시골 도로에 뭔가 좀 범상치 않아 보이는 여인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옆에서 운전하던 그 공장의주재원에게 그녀에 대해 물으니 몸을 파는 여자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한적한 도로에 서 있다가 지나가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성사가 되면 곧바로 그 운전자의 차로 가서 성관계를 한다는 것이었다.
영국과 중국은 서로 지구의 반대편에 있다고 할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와 같이 유사한 매춘행위가 두 지역모두존재하는 것을 보면 비록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인간 본성과 그 본성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는 결국은 비슷한 것 같기도하다.
한국에도 역시그런 호객행위가 있다는 말은 못 들어본 것 같은데, 모르겠다 어쩌면 한국의 어딘가에도 유사한 방식의호객행위가 이미존재하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