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도시의 이곳저곳을 자주 걸어 다니는데, 그렇게 헤매다 마주친 공간의 사진들을 올린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1가길 주변의 모습이다. 2017년 2월 28일에 찍은 사진인데, 재개발 예정지라 그런지 오래전 건물들이 보수되지 않은 채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많았다.
사진 뒤에 보이는 고층 아파트와 철길 옆의 낮고 허름한 주택들이 대비된다. 철길 건널목 모습도 오래전 보던 모습 그대로인데, 이제 서울에서 이런 건널목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철길 옆 담장과 골목길. 사진 속 담장 오른쪽에 경의 중앙선 철길이 있다. 오랜 기간 이 좁은 골목길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역사와 냄새가 골목길에 그대로 배어있는 듯하다. 담장이 만들어 내는 골목 안 그림자가 왠지 쓸쓸해 보인다.
용산역 쪽으로 좀 더 걸어가면, 이런 오래된 주택들이 나타난다. 내가 어린 시절 돈암동에 거주했던 당시 살았던 주택 모습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가격이 급등한다는 용산역 인근 초고층 호화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이런 동네가 남아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할 정도다.
역시 용산역 인근 동네의 거리 모습. 사진 오른쪽에 '산골집 명동 찌개마을'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식당이 보이는데, 언젠가는 누군가와 함께 한번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다. 재개발과 함께 이런 골목길 식당도 사라질 것이다.
39층짜리 주상 복합 '용산 푸르지오 써밋'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상점들의 모습이다. '고추장 불고기'라는 식당 간판 옆에 '울 엄마 제철 맛집'이라는 재밌는 이름의 간판도 보인다. 역시 조만간 사라질 모습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이촌동에 살아 이촌동에 있는 신용산초등학교를 다녔다. 이촌동은 '경의중앙선'이라 불리는 전철길을 경계로 용산동과 접하고 있는데, 당시 초등학교 학생 대부분은 이 이촌동과 용산동에 살았다. 따라서 철길 건너 용산동에 거주하는 친구들 집에도 자주 놀러 갔고 그런 이유로 용산동도 어린 시절 추억이 스며있는 고향 같은 느낌의 동네로 기억에 남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용산동도 일부 지역은 이미 재개발이 착수되어 2005~6년경 기존 주택들은 모두 철거되고 현재는 40층짜리 '파크 타워'라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재개발된 이후에 들어선 파크타워 아파트 단지. 2008년 완공되었다 한다. (2020년 3월 사진)
용산동의 철거가 막 시작되던 시기 고향 같은 동네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휴일이면 이미 철거가 시작되어 사람도 별로 많지 않았던 그 동네 골목을 헤매며 구석구석까지 모두 사진 찍어 두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모두를 다 분실하고 이제 남은 사진은 아래 사진 달랑 한 장뿐이다.
'파크 타워'라는 아파트가 들어서기 이전의 용산동 골목길 모습. 이제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그곳이 과거에는 이런 좁은 골목들과 단층집들이 가득하던 곳이었다. 내 친구들 집도 이런 골목길들을 꼬불꼬불 따라서 들어가야 나타나곤 했었다. 철거가 막 시작되던 시점인 2004년 5월에 찍은 사진이다.
파크 타워 길 건너에 있는 5층짜리 건물 2동으로 구성된 한양 철우 아파트 (첫 번째 사진 2017년 5월, 나머지 사진 2020년 3월 촬영)
이 아파트는 내가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만나러 용산동에 다니던 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꽤 오래된 아파트인데, 찾아보니 1978년에 완공된 아파트다. 과거에는 '철우'아파트라 불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앞에 '한양'이라는 글자가 추가돼 '한양 철우' 아파트로 되어 있다. 파크타워 길 건너편의 이 근처는 아직은 재개발이 착수되지 않아 그런지, 뒷골목 등에는 예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파트 단지 '파크 타워' 길 건너에 있는 오래된 주택가 골목.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살았던 집들도 이런 집들이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아파트들은 철길 건너 이촌동의 아파트들이다. 이 주택들과 사진 속 아파트들 사이에는 철길이 있어 바로 접근할 수 없고 이촌역까지 우회하여 지하도를 통하거나 건널목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2020년 3월 사진)
오른쪽은 재개발되어 고층 아파트 단지로 바뀐 곳이고, 왼쪽은 아직 재개발이 시작되지 않아 오래전 주택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사진 왼쪽에 전술한 한양 철우 아파트가 보인다. 가운데 길 하나를 두고 다른 세상을 사는 것처럼 변해버렸다. (2020년 3월 사진)
철우 아파트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예전 '철도병원'이라 불리던 병원이 있던 아래 사진 속 건물이 나타난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8년 건축된 건물이라 하니 거의 100년이 다 돼가는 건물이다. 2008년에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내부 공사를 거쳐 2021년부터는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될 예정이라 한다
구 철도병원 건물 (2016년 6월 사진)
구 철도병원 건물 오른쪽 골목길에 있던 갈치조림 집. 갈치조림을 좋아해서 이곳도 언젠가 꼭 한번 가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다시 가보니 이미 너무 늦어 사진 속 이 갈치조림 집은 없어지고 대신 횟집이 들어서 있었다. (2016년 9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