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기도 평택으로 거의 다 이전했지만, 과거 용산에 있던 미군기지에는 1945년부터 2020년까지 76년이라는 긴 기간 미군이 주둔했었다. 미군 주둔 이전에는 일본군도 그곳에 주둔했었는데, 1906년부터 일본군이 용산 기지에 주둔했다 하니 그 기간도 40년으로 결코 짧지 않다.
일본군과 미군 두 나라 군대가 주둔했던 기간을 모두 합치면, 무려 110년이 넘는 기간 용산의 그 넓은 땅에는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는 외국군이 주둔했던 셈이다. 물론 그곳에 주둔했던 일본군과 미군의 성격은 많이 다르지만 어찌 보면 어렵고 힘들었던 한국의 근세 역사를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소가 바로 그 용산기지아닌가 싶다.
미군이 용산에 주둔하던 시절 이촌동 같은 용산기지 주변 동네의 아파트에는 다수의 미국인들이 거주했었는데, 마찬가지로 일본군이 용산에 주둔했던 40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에도 다수의 일본인들이 용산기지 근처에 거주했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는 이촌동 같은 아파트 단지가 없었으니 기지 근처의 단독 주택에 살았을 것이다.
일본의 패전과 함께 일본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고 그들이 거주했던 그런 주택들은 한국에 남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해방 직후 적산가옥(敵産家屋)이라고 불렸던 주택들이다. 삼각지나 남영동 등 과거 용산기지 근처 골목길을 헤매고 다니다 보면 요즘도 그런 일본풍 주택들이구석구석에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용산 삼각지 인근 한강로 1가에 있는 일본풍 주택 사진 (2015년 1월 사진)
위 사진 속 주택은 누가 봐도 전형적인 한국식은 아니고 일본식 주택처럼 보이는데, 일제 강점기 시절 건축되었다면 아마도 100년 가까인 된 주택으로 보인다. 현재는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폐가처럼 보였는데, 그런 폐가가 왜 그렇게 오랜 기간 방치된 상태로 남아 있었는지 의문이다......
비록 한국을 강점하던 적국의 국민이지만, 과거 한때 저 주택에도 이름 모를 어떤 한 가족이 나름대로는 정겹게 살았을 것이고, 그들의 삶과 희로애락이 사진 속에 보이는 저 집 곳곳, 방, 창, 거실, 마당 등에 가득 스며들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저렇게 주택만 덜렁 폐가로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다시 검색해 보니 이제 이 폐가 건물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지도의 거리뷰에서 보니 2018년 4월에 완공된 것으로 나타나는 '아인하우스'라는 작은 아파트 단지가 사진 속 저 폐가 터에 대신 들어서 있었다. 사람도, 그들이 살던 폐가도 이제는 과거라는 블랙홀 안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린 셈이다.
남영동 뒷골목에 있는 이 낡은 건물도 일본풍 건물로 보이는데, 역시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폐가 상태로 남아 있었다. (2018년 3월 사진)
남영동 숙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건물인데, 마찬가지로 일제 강점기 시절 건축된 건물로 보인다. 왼쪽 사진은 건물 바로 앞에서 찍은 것이고 오른쪽 사진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찍은 사진이다.
외부에서 봐도 벽이 깨지고 내부 구조물까지 보일 정도로 낡은 상태였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더 심하게 낡아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식당이나 가게도 운영 중이었는데, 아마 조만간 철거될 예정의 건물이라 그런지 보수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2018년 3월 사진)
아래 사진은 이촌동에 있는 신용산초등학교와 한강맨션 건물인데, 이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건축됐지만 이 아파트 정도로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1971년 완공된 한강맨션(좌측)과, 1968년 완공된 신용산초등학교(우측) 건물 (2020년 3월 사진)
삼각지역 어린이공원 근처의 먹자골목. 골목길 끝으로 전쟁기념관 입구에 있는 '6.25 탑'이 보인다. 근처에 있는 국방부에 출입하는 모 언론사 기자 지인과 함께 이 허름한 먹자골목에서 가끔 생선구이도 같이 먹곤 했는데, 이 사진을 찍은 날도 그 지인과 함께 이 골목 식당에서 생선구이를 안주로 같이 한잔 했던 날이다. (2015년 1월 사진)
국방부 옆 거리에 있는 세탁소와 구멍가게. 세탁소나 구멍가게나 모두 70~80년대 점포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24시 편의점이 대세인 요즘 같은 세상에 저런 구멍가게를 보니 왠지 반갑기도 한 것 같다. 사진 우측이 국방부다. (2015년 1월 사진)
신용산역 2번 출구 인근 골목길 모습. 인근 지역 재개발로 대다수 건물이 헐리고 골목 끝에 '제일 곱창'이라는 간판이 붙은 가게 하나만 덜렁 남아 있다. 사진 오른쪽에는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라는 다소 긴 이름의 43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초고층 건물로 변해 가는데, 그 한가운데 시간을 거슬러 있는 듯한 오래된 골목과 허름한 식당이 여전히 남아 있다. (2016년 6월 사진)
삼각지 백범로에 있는 식당이다. 벽돌과 돌로 이루어진 건물이 꽤 특이하고 오래된 것으로 보여 찍어 두었던 사진인데, 검색해보니 역시 예상대로 일제 강점기 시절 철도청장의 사택으로 지어진 건물로 건축된 지 100년이 넘는다고 한다. (2017년 1월 사진)
최근에 다시 가 보니 '몽탄'이라는 이름의 식당으로 바뀌어 있었는데, 아래 블로그에 게재된 건물 내부 사진을 보면 군데군데 벽이 파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등 100년이 넘는 오래된 건물의 흔적을 그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