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장충동, 이태원
■ 도시의 향수 (5)
'말죽거리'라고도 불리는 양재역 1번 출구 근처에는 '사도감(司都監)'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의 공원이 하나 있다. 과거 지방의 사또들이 한양에 올 때 기거하던 곳, 즉 '사또들이 거처하던 관청'이 있었던 곳이라 해서 그러한 명칭이 붙었다 하는데, 평범하고 작은 이 공원에는 의외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끄는 작품이 하나 있다.
사도감 공원 내부의 조각 작품. 70년대에 입었던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벤치에 앉아 있고, 멀리서 어떤 남학생이 기둥 밖으로 얼굴만 내밀고 몰래 그 여학생을 훔쳐보는 모습이다. (2017년 8월 사진)
남학생의 오른손 근처에는 이 작품을 설명하는 내용도 있는데, 작품의 제목은 '설레임'이며, 70년대 말죽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남녀 고등학생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라 한다. 또 여학생이 보고 있는 것은 그녀를 훔쳐보는 남학생이 보낸 편지인데,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등이 전무하던 70년대에는 정말 이 작품에서처럼 여학생에 대한 사랑을 편지로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꽤 있었다. 오래전에 입었던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만 봐도 어느 정도 느낌이 오지만, 작품 설명을 읽고 다시 보니 70년대 그 시절의 아련한 사랑의 기억이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꽤 멀리 떨어져 있어 이 작품을 처음 접하면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은 작품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2009년 제작된 작품이라 한다.
가까이서 본 남학생과 여학생의 정면 모습. 이 작품을 한참 보고 있다 보면, 70년대 실제 저런 교복을 입고 다니던 학창 시절로 정말 되돌아 가는 것 같은 환각에 빠지기도 한다. (2017년 8월 사진)
벚꽃과 개나리가 피기 시작하는 어느 해 봄, 양재역 근처 거리를 거닐다 마주친 벚꽃나무 사진. 바우뫼로 39길에 있는 '한신빌라'라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나무인데, 꽃의 색이 분홍도 아니고 흰색도 아닌 보라색이라 특이해서 찍었던 사진이다.
이 아파트도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하니, 사진 속 이 나무도 재건축 공사와 함께 조만간 사라질지 모르겠다. (2017년 4월 초 사진)
보라색 꽃이 피는 벚꽃나무가 있는 한신빌라 모습. 3층으로 된 아파트 건물은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 특이하게도 이 아파트는 3층으로 되어 있었다. 건축된 지 꽤 오래된 아파트로 보였다. (2017년 1월 사진)
한신빌라와 바로 옆에 있는 현대빌라 사이의 좁은 골목길 모습. 인적이 없는 골목길에 '햇살과 그림자'만 가득하다. 이 일대 재건축이 완료되면 이런 골목도 또 골목 안을 가득 채운 햇살과 그림자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왼쪽 2018년 4월, 오른쪽 2017년 5월 사진)
나른한 오후 3시경 양재역 인근 골목길 화단에 올라가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 모습. 거리의 길고양이는 보통 사람이 다가가면 피하는데 이 고양이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피하기는커녕 날 쳐다보지도 않았다.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인 것 같다. (2017년 4월 말 사진)
양재역 인근의 한쪽이 막혀 있는 골목 사진. 건물과 건물 사이로 나무 하나가 양 옆의 건물보다 더 높게 하늘로 뻗어 있다. 건물에 가려 햇빛도 충분히 받지 못했을 텐데, 굳건히 버텨내고 양 옆의 시멘트 건물을 능가하는 높이까지 자라 버렸다. (2016년 10월 사진)
양재역이 있는 강남대로 옆 보행로 모습. 이 거리는 한쪽도 아니고 보행로 양 옆으로 꽤 높은 가로수들이 즐비하게 줄 서 있어, 그 사이로 지나갈 때는 마치 나무들의 열병식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좌측 2017년 1월 한겨울, 우측 2018년 6월 한여름에 찍은 사진)
양재동 바우뫼로 39길이 시작되는 지점 사진. 과거 근무했던 회사 본사가 수원에 있어서, 회사 지인 중에는 수원에 가까운 서울 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회사 지인들과 만날 때는 경기도와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이 편리한 이 양재에서 자주 만나곤 한다. 하도 자주 다녀서 이 근처의 식당과 당구장은 훤하게 꿰고 있다.(2019년 9월 사진)
양재동 어느 건물 1층 주차장에 붙어 있는 문구. 한글 문구는 꽤 길고 복잡한데, 영어는 아주 간결하게 딱 두 단어로 적혀 있다.
해외 근무하는 기간 한국 본사로 출장 오면 장충동에 있는 계열사 호텔에 숙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호텔에 투숙할 때 시간 여유가 좀 있으면 오래된 장충동 거리 여기저기를 타박타박 걸어 다니며 오랜만에 서울의 골목길을 즐기기도 했는데, 그때 찍었던 사진들이다.
햇살이 가득한 장충동 경동교회 계단길. 꽤 특이한 모습의 건축물이라 사진을 찍어 두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교회 건물은 한국의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 씨가 1980년에 설계한 것이라 한다. (2012년 6월)
(경동교회 건물 소개 블로그)
이름은 같지만 성은 분명히 다른 박수근 씨와 김수근 씨를 이상하게도 자꾸 혼동하게 되는데, 매우 독특한 표현법으로 그림을 그린 박수근 씨(1914~1965)는 화가이시고, 김수근 씨(1931~1986)는 건축가이시다.
같은 예술인이지만 활동하는 분야는 엄연히 다르다. 김수근 씨의 건축 작품도 인상적이지만, 박수근 씨의 그림은 정말 언제 봐도 참 푸근한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김수근 씨의 건축 작품)
(박수근 씨의 그림 작품)
장충동 동대입구역 1번 출구 근처 좁은 골목길. 오른쪽 사진 속 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끝에 주택이 한채 나타나고, 그 주택 오른쪽으로 더 좁은 골목길이 이어져 있는데, 이어진 길을 따라 더 들어가 보니 그 끝은 막혀 있었다. 왼쪽 사진은 막힌 골목 끝에서 되돌아 나오며 찍은 사진이다.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는 것 같은 특이한 골목이었다. (2012년 6월 사진)
장충동 골목길 주택가 모습. 높은 축대와 그 축대 사이로 칼로 자른 듯이 뚫려 있는 좁은 계단길이 인상적이다. (2012년 6월 사진)
남산에 있는 하이야트 호텔은 행정구역상 한남동에 속하고, 호텔 맞은 편의 케냐 대사관은 이태원동에 속한다. 이 두 행정구역을 가르는 길이 '회나무로 44길'이라는 길인데, 이 길 근처는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지척의 경리단길과는 달리 좀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이 많아 색다른 느낌이었다.
사진 속 도로가 '회나무로 44길'이다. 왼쪽의 담벼락 안이 하이얏트 호텔이고, 오른쪽에는 케냐 대사관이 있다. 인파가 붐비기 시작할 한 여름 저녁 6시경 찍은 사진인데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다. (2018년 8월 사진)
케냐 대사관 옆 골목길 사진인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남산 인근 서울 일대가 모두 내려다 보였다. 바로 옆에 차 한잔 하며 이런 뷰를 즐길 수 있는 '케냐 키암부'라는 커피숍도 있었다.
케냐 커피도 꽤 유명하다 하는데, '케냐 키암부'는 케냐 커피의 한 종류라고 한다. 케냐법인에 주재하던 회사 후배가 있었는데 한국 출장 올 때마다 케냐 커피를 몇 봉지씩 가져다주었던 기억도 있다. (2018년 8월 사진)
(커피숍 케냐 키암부 관련 블로그)